<백제시낭송대회 지정시>
다시 천 년을 넘어
―백제금동대향로
나태주
그 누가 백제를 망했다고 하는가
망하여 자취 없는 나라라고 말하고 있는가
해마다 시월이면 백제는 다시 일어서고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며 타오른다
보라! 백제문화제 공주에서 부여에서
그 가슴에 타오르는 향기의 무지개
더구나 백제금동대향로를 보시라
두세두세 나무 밑을 걸으며
두 손 맞잡아 기도드리는 사람
낚싯대 드리우고 말에 올라
사냥 길 떠나는 사람들
향기로운 악기 가슴에 안고
하늘의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리꾼들을 보시라
가장 좋은 노래는 소리 없는 노래
줄 없는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우쭐우쭐 솟아오른 산악을
받치고 선 한 마리 용과
신령스런 입으로 인간의 세상을
받들고 계신 어지신 한분 용왕님을 보시라
그 위에 또다시 꼬리를 치켜들고 날개를
펼쳐든 봉황님은 어떠신가…
가장 좋으신 향기와 미소
지극히 높으신 고요가 살아서 천 년
또다시 천 년을 흐르는 백제
해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금 빛을 발하는 백제
백제금동대향로!
오늘도 우리 가슴에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