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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문화원

 
[원북면] 또루봉 여우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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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북면] 또루봉 여우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554
첨부  
 

[원북면] 또루봉 여우

또루봉은 원북면 황촌리 2구의 속칭 황굴 벌판(황굴누리)에 위치
한 해발 120여미터에 불과한 조그마한 야산이다.

본래 이 또루봉은 방갈리 1구(방축굴)에 우뚝 솟아 있는 국사봉
의 한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 내리다 기봉하여 이루어진 산이
다.

국사봉의 산줄기는 이 또루봉에서 끊겼다. 이 또루봉은 주위가
모두 백사장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그 중 한 면만이 해당화 나
무와 여러 잡초가 자라고 있을 뿐이다. 이 잡초가 있는 기슭에
는 길이 나있는데, 방갈리 2구인 가시내와 황굴(황촌리 2구)을
경유하여 원북면 소재지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다. 1968년 학암
포 해수욕장이 개장 됨에 따라 도로가 확장되어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큰 길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
는 인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약 30여년 전에 이 또루봉 주변의 백사장에 대대적인 식
목 사업을 벌였는데, 지금은 푸른 소나무 숲으로 백사장이 완전
히 덮혀 있다.

또한 황굴 벌판은 해당화 나무와 갈대, 그리고 이름모를 잡초가
목초지를 이루어 여름철이면 이 곳에서 농우가 한가로히 풀을 뜯
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 지역이 모두 개간되
어 논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해안가는 방풍림의 일환으로 식재
한 아카시아 나무가 자라서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이 황굴 벌판의 모습이 새롭게 바뀌어 주민들의 활기 넘치
는 생활터전이 되고 있으나,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 전만해도
이 또루봉 기슭에는 밤에 여우가 나타나 이 곳을 오가는 행인들
을 괴롭혔다는 것이다.

가시내가 고향인 사람들은 어렸을 때 이 또루봉 앞을 지나다 여
우에게 봉변을 당한 체험담을 어른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이 떠오른다고 한다. 여우에 대한 이야기는 전국
각지에 널리 퍼져 있는데, 특히 구미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
신하여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는 것이다.

할머니로 변신하여 잔치집에 갔다 그곳에서 일어난 이야기, 어여
쁜 아가씨로 둔갑하여 남의 아내가 되었다는 얘기, 밤중에 길가
는 사람앞에서 훤하게 길을 밝히어 다른 곳으로 유인했다는 얘
기, 사람을 잡아 먹었다던가 사람의 무덤을 파서 송장을 뜯어 먹
었다는 얘기, 또는 여우가 울면 사람이 죽거나 그 동네에 큰 화
가 미친 다는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있다.
이 모두는 여우가 사람을 괴롭히고 못살게한 불길한 존재로서 사
람들의 미움을 받는 동물로 전해지고 있다.

하기야 지금도 매우 교활하고 변덕스런 여자를 보고 여우같다느
니, 또는 간사스럽게 아양을 떤다든가 아니면 간드러진 언행으
로 남을 홀리는 여자를 보고 여우 떤다는 말을 쓸 정도이고 보
면, 여우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 또루봉 앞을 지나다 여우에게 봉변을 당하고 심지어 며칠씩
누워있던 사람들도 속출하였으나, 사람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도 부득이 밤에 이곳을 지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 길이 가
시내를 오가는 유일한 길이며, 우회 도로는 오히려 험한 산길이
되어서 크게 불편하였기 때문에 이 길을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
이다. 지금은 교통 수단이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하여 생활의 편
리를 제공해 주고 있지만, 옛날에는 생활 필수품을 구입하기 위
해 100여리가 넘는 태안장을 걸어서 갔다와야 했기 때문에 새벽
일찍 출발한다 해도 장감을 하다 보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의
례히 늦어져서 밤에 이 또루봉 앞을 지나게 되었던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동행이 없는 밤에 이 곳을 지나지 않는 것이 상책
이었지만, 부득이 혼자서 걷다가 봉변을 당하였다 한다. 주로 달
빛이 없는 그믐께나, 아니면 날이 흐려서 어둠침침할 때, 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주위가 잘 안보일 때 흔히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길을 가다가 방향을 잃고 허둥지둥하는데 갑자기 앞이 훤
하게 트여 그 곳으로 얼마만큼 따라가다 보면 다시 캄캄해져 정
신을 차리게 되는데, 이때 집과는 전연 다른 방향에서 헤매고 있
었다는지, 길을 가다 보면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 앞에서 걷고 있
어 반가워서 동행을 할려고 부르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달려가도 항상 그 거리만큼 유지되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삽
시간에 사람의 모습은 없어지고 여우가 캥캥 울며 도망치고 있
어 정신을 가다듬어 보니 깊은 산속이나 해변가이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이렇게 이 곳을 지나던 행인들이 또루
봉 여우에게 홀리어 많은 봉변을 당했지만 다행히도 죽은 사람
은 없었다고 한다.

이리하여 동네 사람들은 밤에 또루봉 앞을 지나기를 무척 꺼려하
였으며, 대낮이라도 안개낀 날에 이곳을 지날려면 꼭 여우가 나
타나는 것 같아서 괜히 쭈삣쭈삣 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한다.

지금은 지난 날의 이 같은 이야기를 믿으려는 사람도 없거니와
또한 밤중에 혼자 걸어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러나 지금이 오히려 이 또루봉을 비롯하여 주변에 나무숲이 우
거져서 밤에 이 곳을 지난다면 도깨비라도 나올 것 같은데, 지금
으로부터 60여년 전엔 주위가 삭막한 백사장이요 또한 또루봉의
면적이라야 겨우 3,000여평에 지나지 않는 야산으로 나무가 있다
해도 윗 부분에 소나무가 드문드문 서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그
렇게 악명 높은 여우 출몰 지역으로 이름이 났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