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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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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북면] 여우가 둔갑하는 두룽개재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647
첨부 jpg 두룽개재.jpg

[원북면] 여우가 둔갑하는 두룽개재

두룽개재는 원북면 신두리 3구에 있는 산고개를 말한다.

2구에서 3구로 왕래하는 통로인데 산줄기가 2구에서 3구로 뻗어
내려서 이루어진 산마루이다. 이 두룽개재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
친 신두리 백사장이 눈앞에 훤히 내려다 보이며, 시야가 시원스
럽게 탁 트인 서해에서 불어오는 비릿한 갯바람이 피부에 와 닿
는다. 기껏해야 해발 백 이삼십 미터에 지나지 않는 조그마한 야
산이지만, 여름철에 산등성이를 타고 한참 동안 걷다보면 등줄기
에 제법 땀이 흐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두룽개재는 비교적 사람의 내왕이 잦은 곳이다.

동네 사람들은 물론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드나드는데, 마주 보
이는 곳이 소원면 의항리이기 때문이다. 이 의항리 (개묵)를 가
기 위해서는 두룽개재를 넘어 백사장에서 나룻배를 타거나, 간조
(干潮)때 걸어서 바다를 건너야하는데, 이때 바닷물의 깊이는 보
통 어른들의 허리쯤 닿는다.

즉 1미터 내외가 된다. 이같이 개묵과 두룽개를 오가는 사람들
이 대부분 이 두룽개재를 넘는데, 특히 여름철에 이 고개에 오르
면 사방이 탁 트이어 경치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주기
때문에 길손들은 대부분 이 곳에서 땀을 식히고 간다. 그런데 옛
날에 이 두룽개재에는 100년 묵은 여우가 살고 있었다 한다.

이 여우는 날씨가 흐리거나 달이 없는 어두운 밤, 또는 안개로
인하여 지척을 가리기 어려운 때에, 할머니나 어여쁜 아가씨로
변신하여 행인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특히 어두운 밤에 혼자서
이 두룽개재를 넘다보면 여우에게 유혹되어 여우굴로 끌려가서
죽게 되는데, 여우는 사람을 죽여서 간을 꺼내 먹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자 밤이면 혼자서 이 고개를 넘으
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부득한 경우에는 두 사람 이상이 동행하거
나 아니면 횃불을 켜들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여
웬만한 시골이면 거의 버스가 운행되고 따라서 마을 안길이 확장
되어 승용차가 드나들 정도이고 보니 혼자서 밤중에 산길을 걷
는 일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그런데 옛날에는 두룽개에서 걸어서 태안장에 갔다 올려면 아무
리 일찍 새벽 밥을 지어먹고 다녀온다 해도 어둡기전에 두룽개재
를 넘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장에 갔다 즉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장감을 하기 위
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벌써 오후에 이르게 되고 거기
에다 오랫만에 친구라도 만나 정담이라도 나누다 보면 시간이 금
새갔다.

부랴부랴 장감을 하여 가지고 돌아오지만 짐이 무거워서 쉬엄쉬
엄 오다보면 자연히 두룽개재는 어두운 저녁에나 넘게 되었다.

이때는 동행이 있어야지 혼자서는 무서워서 넘지 못했다는 것이
다. 옛날에는 여우가 둔갑을하여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해도,
산에 나무 숲이 우거지고 그 위에다 길까지 험해서 낮에라도 산
길을 걷는다는 것이 여간 조심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물며 여우가 둔갑하여 행인을 괴롭히며 심지어 사람을 잡아 먹
는다고 하는 소문이 파다한데 이런 두룽개재를 혼자서 밤에 넘는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은 이같은 이야기를 믿으려는 사람들도 없거니와 또한 이런
전설도 우리들의 주변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전설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은 요즘도 이 두룽개재를
넘을때면 지난 날을 회상하면서 담소하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