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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옹 윤치호의 청기홍기 이야기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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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좌옹 윤치호의 청기홍기 이야기
작성자 온양문화원 등록일 2007-05-31 조회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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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때 한 임금이 계셨는데 그 임금은 나라도 잘 다스리고 몹시 인자한 성품이었는데 너무 마음이 약해서 항상 왕비에게 쩔쩔매었다. 그로 말미암아 왕은 늘 마음에 좋지 못한 근심이 쌓였다. 왕비에게 쩔쩔매어 사느니만큼, 대체 세상 남자들은 어떻게 하는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따뜻하게 햇볕이 내리쬐는 날 백성들은 어떻게 하고 사는가 모두 나같은 생활을 할까 궁금하여 시험해 보려고 청색으로 만든 기와 홍색으로 만든 기 한 개씩을 만들어 오라고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이윽고 신하가 두 기를 가지고 오니 대궐 밖으로 나와 넓은 마당에 한쪽에는 청기를 꽂고 다른 한쪽 구석에는 홍기를 꽂게 한 다음 다시 분부하시기를 "백성들은 듣거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은 청기 밑으로 가고 잘 듣지 않는 사람은 홍기 밑으로가라." 하셨다. 임금의 명령을 들은 수많은 백성들은 그 말을 듣자 무슨 상이나 주는줄로 알고 남자들이 우루루 몰리는데 모두 청기쪽으로만 가서 모였다.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처 시하에 있던 사람들일 것이다. 왕은 "홍. 백성들도 별수 없군"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화가 치미는지라. 그러나 다만 한사람은 느릿느릿 걸어 홍기밑으로 가서 서는지라. 그는 십여살밖에 안되는 조그만 아이였다. 왕은 신기하고 기특해서 "모든 사람들은 청기쪽으로 갔는데 너만은 홍기쪽으로가서 서니, 그래 너는 네 아내가 무섭지 않느냐?"하고 임금님은 물으셨다. 그는 한참동안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옵니다. 상감마마. 오늘 집에서 나오는데 소인의 처가 말하기를 사람이 없는 것으로 다니라고, 많이 모이는데는 가지 말라고 해서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서 홍기밑으로 온 것입니다. 제가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아니다."하며 탄식하셨다.
즉 홍기밑으로 간 사람은 누구보다도 아내를 두려워하고 또 아내의 말을 가장 잘 들은 사람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것은 좌옹 윤치호가 한 외국인에게 해준 말로 그의 말이 끝나자 허리를 펴지 못하고 웃었으며, "한국사람도 정말 그렇게 아내를 무서워합니까?" 하고 세상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였다. 이것은 청기홍기라는 좌옹의 유명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