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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사성과 공당놀이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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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맹사성과 공당놀이
작성자 온양문화원 등록일 2007-05-31 조회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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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우의정에 이른 어느 날, 공은 한식날 온양의 산소에 성묘 하려고 갔다가 상경하는 길이었다. 때가 마침 초봄이라 만물이 동면에서 소생하는 계절이어서 대지를 힘차게 박차고 솟아 오른 새싹들이 수줍은 듯 햇빛을 받고 진달래가 만발하여 산천 경계가 파랗고 붉게 치장을 할 때이다.
공은 언제나 그 차림새가 서민적이어서 정승으로 계시면서도 입고 다니는 옷은 언제나 허술한 시골 노인과 다름없었다. 누가 보아도 그를 정승이라고보기엔 너무 초라했다. 초봄 햇빛이 따사롭고 꽃내음과 새싹을 스쳐오는 훈풍을 호흡하면서 검은 소를 타고 어슬렁어슬렁 한양을 향해 가던 중 봄비를 만났다.
"봄비는 움이 트는 젖줄이다. 봄비를 좀 맞은들 어떠하랴." 하시며 검은 소등위에 의지한채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 가고 있었다. 가랑비는 어느 덧 소낙비로 변해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은 그제서야 용인의 마을 어구를 걸어가고 있었다. 소낙비가 세차게 쏟아지더니 이제는 할 수 없이 소등에서 내려 문패도 없는 어느 주막집 처마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미 옷은 젖어 있었다. 젖은 옷을 툭툭 털면서 소는 추녀 밑에 소를 매어두고 방으로 들어갔으나 옷이 젖었으니 좋은 자리엔 앉을 수도 없거니와 아랫목에는 이미 어떤 건장한 사람이 하인을 여러 사람 옆에 앉히고 점잖게 앉아 있었다. 공은 젖은 옷을 여미며 구석진 곳에 가서 앉았다.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이만한 것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랫목에 앉은 사람은 돈 깨나 있는 부잣집 아들인 것 같다. 언뜻 보아도 그 옷차림이라든지 종을 거느리고 여행을 하는 것이 상당한 부잣집 아들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공을 보고, "영감님, 편하게 앉으시지요." 하고 제법 거만하게 권한다. 그제서야 서로 낯모르는 사람끼리 말문이 열린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영남사람으로 녹사 시험을 보려고 한양에 가는 사람이었다. 창밖에는 봄비가 주룩주룩 퍼붓고 예나 지금이나 비오는 날에는 그런대로 낭만이 있어 방에 틀어 박혀 장기를 두거나 내기 화투를 하거나 조용히 오락을 즐기는 것이 상례이다.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 말문이 열렸으니 심심풀이를 하기에 이르러 장기를 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다.
촌부자 아들이 서울 친척집에 하나는 촌노인이 서울 아들집에 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장기를 몇 번 두는 동안 그 선비는 약간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를 두는 족족 영낙없이지는 것은 선비쪽이니 말이다. 그러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이번에는 선비의 하인들마저 훈수에 끼어들어 이놈저놈 훈수를 들었으나 허사였다. 장기는 점입가경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물러달라는게 일수였다. 그래서 공은 물러줘가며 장기를 두니 그들은 이제 도저히 이길 수가 없으니 노인의 장기 수에는 당해낼 도리가 없다하여 장기 두기를 자진 포기하는것이었다.
"저 노인장의 장기는 당할 수가 없구려, 그만 둡시다." 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들의 마음은 개운치가 않는 모양이다. 다른 기구로 대결을 할려니 오락기구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 노인의 입성을 보아하니 양반은 양반이나 일자무식일게다. 어디 이번에는 글자를 써서 묻고 대답하는 놀이를 해보자." 하고 얕잡아 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묻고 대답하는 말끝에 「공」자와 「당」자를 달아서, 주고 받기로 하였다. 먼저 고불이 묻기를 "무엇하러 서울에 가는 공." 하니 "녹사시험 보러간당." 하고 대답했다. 사성은 웃으면서 "내가 벼슬에 임명해 줄공." 하고 물으니 그쪽에선 또, "놀리는 것은 옳지 않당." 이렇게 주고 받는 사이 어느덧 날이 개고 그들은 서울로 와서 각기 길을 나누었다. 며칠 후의 일이다. 공이 정사로 관아에 앉아 있는데 그 사람이 시험을 보려고 들어 왔다.
공은 물었다. "어떻게 되었는공."
그 사람은 그제서야 사성이 우의정이라는 것을 알고 얼굴빛이 변하며, 물러나 엎드려 대답하기를 "죽어 마땅합니당." 하고 대답하였다 한다.
이와같이 주막에서 비를 피하다가 만난 그는 맹 사성이 재신들과 같은 자리에서 이야기를 내놓아 재신들도 감동하여 모두 웃었으니 이런 인연으로 그 선비를 녹사에 임명해 주었으며 뒤에 사성의 힘으로 여러 고을 벼슬을 하였다는 일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