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담 ▶망신당한 선비들(청양읍 읍내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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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청양문화원 | 등록일 | 2002-05-18 | 조회 | 7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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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곳에 도사가 한분 살고 있었다. 그는 이세상을 자기 마 음대로 조화를 부리는 것이었다. 하루는 어느 곳을 지나다가 날 이 저물어 그 곳에 있는 부잣집 사랑에서 머물게 되었다. 주인 의 승낙을 받고 사랑에 들어서 보니 그 곳에 든 나그네들이 와글 와글 떠들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하룻밤을 머루르게 되었습니다.'' 도사가 이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쳇 거지가 들어오는군!'' 거기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시골에서 십여년간 공부를 하고 서울 로 과거를 보러가는 선비들이었다. 그들은 시골에서 십여년간 공 부를 하고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었다. 그들은 거지 꼴을 한 사람이 처음부터 건방지게 함부로 지껄이는 게 못마땅했 다. 그럴때에 도사는 저녁을 먹고나자 몸이 나른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젊은 양반들! 길을 많이 걸었으니 피곤해서 견딜 수 가 없으니 실례지만 좀 누워야겠소''. 그는 이렇게 말하고 그 자 리에 벌렁 누워버렸다. 부잣집에서 자란 선비들은 차림새부터가 꾀재재한 거지꼴을 한 사람이 이렇게 도도하게 나오는 것이 눈 에 거슬렸다. 거지가 무슨 노래를 부르랴 싶어 노래를 못부르면 쫓아내려고 한 것이었다. 몇 사람이 시조 가락을 부르고 이내 목 침은 도사의 앞으로 왔다. 노래를 불러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사는 벌떡 일어나더니 ''나는 노래를 못 부르니 대신 그림을 그리겠소.'' 하고 말했다. 선비들은 그것은 안 된다고 하려다가 그가 무슨 그리을 그릴까 하고 호기심이 생겨 잠자코 듣고만 있 었다. 도사는 배낭에서 종이와 붓을 꺼내자 먼저 아득하게 산을 그리고 배를 그리더니 바다 물결을 척척척 그리고 ''엇''하고 소 리를 질렀다. 그러니까 그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배안에 있는 것이었다. 시퍼런 물결은 출렁출렁 배는 이리흔들거리고 저 리 흔들거리며 먼 산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 벌써 배멀미를 하 여 저녁 먹은 것을 몽땅 토해 낸 사람도 있었다. 배는 어느새 멀 었던 섬에 가까이 이르고 있었다. '이섬에 이르면 천일두라고 하 는 젊어지는 열매가 있을 것이오. 그 열매를 따거나 먹으면 절대 로 집에 돌아갈 수가 없으니 따 먹으면 안 됩니다..' 도사는 큰 소리로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드디어 배는 그 섬에 당도했다. 산에 올라가니 천일두가 먹음직하게 주렁주렁열렸다. 선비들은 도사가 따지 못하게 미리 주의를 주었지만 그 열매가 젊어지는 열매라는 말을 듣고 저마다 따서 바지속으로 집어 넣기도 하고 깨물어 먹기도 하였다. 도사가 잠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겻을 때 일어난 일이었다. 다시 사람들은 배로 모여들고 배는 다시 바 닷물을 헤치고 그 섬을 떠나왔다. 한참 오니까 파도가 높아지고 배가 흔들렸다. 그러다가 풍랑이 점점 심하여 배는 물결 속에 휩 쓸리기 바로 직전이었다. '사람 살리오! 사람살려!" 이렇게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느님 저만은 무슨 일이 있 어도 살아나야 합니다. 하느님 저를 살려 주십시오'하고 하느님 께 비는 사람도 있었다 하여간 모두들 저마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고 몸이 달았다. 이때 도사가 노여움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 했다. '허 조용히 하시오. 당신들이 그 천일두를 건드렸기 때문 에 하느님이 노여워해서 이렇게 풍랑을 일게 한 것이오. 그래서 내가 처음에 주의를 주지 않았소? 이제 우리는 아무리 버텨도 조 금 뒤에는 모두 죽고 말거요'. 이 소리를 들은 선비들은 모두 큰 소리로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부잣집 주인은 갑자기 울음 소리가 크게 들려 사랑으로 허겁지겁 달려와 문을 열었다. 그런 데 이게 웬일인가? 그 젊잖은 선비들이 갓끈을 풀어 젖히고 방 가운데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서 '아이고'를 외치며 통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주인이 방으로 들어가 손님들을 진정시켜 놓 고 '여러분들 왜 이렇게 슬프게 우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 제서야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바다도 배도 온데간데 없 고 천일두라는 열매는 시렁 밑에 매달아 놓았던 매주덩어리였 다. 그제서야 몇몇 사람들은 부끄러운 듯이 먹었던 메주를 캑캑 게워 내기도 하고 주머니에 넣었던 메주를 꺼내어 놓기도 했다. 도사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사는 그들이 자기 를 업신여겼기 때문에 그들을 이렇게 고생시켰던 것이다. 옛날에 는 이런 도사들이 많이 다녔기 때문에 아무리 거지가 와도 후하 게 대접하여 보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