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담 ▶지혜로운 원님(청양읍 읍내리) | ||||
---|---|---|---|---|---|
작성자 | 청양문화원 | 등록일 | 2002-05-20 | 조회 | 814 |
첨부 | |||||
오래전 옛날의 일이다. 자그마한 어느 고을에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원님이 있었다. 원님은 자기가 다스리는 고을의 사정 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에 자주 아무도 모르게 평 민 형색을 하고 민가를 순시했다. 때때로 가지고 있는 패물이나 돈을 털어 가난하고 순박한 백성을 도와주기도 했고 또 어떤 때 는 남루한 원님의 형색에 동정을 베푸는 백성에게서 음식이나 옷 을 얻기도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원님은 지게를 지고 나무꾼 으로 꾸미고 나무를 해오는 체 산에서 내려왔다. 길가에는 인근 백리 안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돈 많고 고집세고 인색 하기 짝이 없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옳다구나. 저부자는 또 어떨꼬?'' 원님은 끙끙거리며 대문 앞에 나뭇짐을 내려놓고 주인을 찾았 다. ''저어 부자 나리 지나가던 나무꾼이 하도 목이 타기도 물 한 그릇 마실 수 있을까 해서 이렇게 들어왔습니다. 시원한 냉 수 한 그릇만 ...나으리?'' 사랑에서 얌심맞게 젊은 녀석이 나뭇짐 좀 지었기로 지나다 방자 하게 내 집 문을 두드려? 예이 재수가 없자니 ...얘야 돌쇠야.'' 하인을 부르는 소리에 원님은 물 한 그릇 베풀 아량은 남아 있구 나 해서 내심 흐믓하게 여기며 아픈 목을 애써 참고 황송한 체 서 있었다. ''어디 물 먹고 싶은 놈 원 없이 실컷 먹여 보내렸다?'' 부자의 심술스런 목소리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원님의 머리 위 로 구정물이 한바가지 흘러내렸다. ''어푸. 어푸.'' 놀라서 흑흑거리면서도 원님이 그대로 서 있자 부 자 영감 한다는 소리가 ''돌쇠야 아직도 목이 타나 보다 어디 한 바가지 더.....'' 하며 큰 구경거리나 되는 듯 낄낄거리며 배를 두르렸다. 이런 봉 변을 당하고 동헌으로 돌아온 원님은 이번에는 예복으로 갈아 입 고 사령을 서넛 앞세워 부잣집의 문을 두드렸다. ''아니? 뭐라 구 원님이 납시었다구?''부자 영감은 덕산 바가지만 하게 입을 헤벌 리고 버선발로 뛰어왔다. ''어이구 이거 원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 까지 나오시다니 원.'' 곧 하인들에게 명령해 진수성찬 별별 희한한 음식까지 다 장만 해 원님 앞에 등대시켰다. ''많이 드시지요. 원님'' 원님은 주섬주섬 음식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 이게 원 일인가? 집은 음식은 하나도 입에 안 들어 가고 호주머니에 집 어 넣지를 않는가! '아니 원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셔서 그러 하홉니까? 아니면 댁의 아드님이 생각이 나셔서 그러십니까?' '아! 워.....' '원 원님도! 내 가실때 한 몫 잘 싸서 올릴 테니 염려 마시고 드 시라니까요...' '아 내가 지금 음식이 넘어가게 되었소? 대접을 받아야 된다면 내 의관이 아니오?' '아니? 원님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네?' '않 그렇소 부자 영감'. 원님과 부자는 한동안 마주보았다. 그러자 부자는 행색이 전혀 다를 뿐이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언제 어디서 보았을까/' 원님이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내 또 나뭇짐을 지고 물을 청하면 어찌하겠소?' '아니? 그럼.......' 원님은 비로소 그 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니 사람이란 먼저 행색을 볼 게 아니라 인정을 베풀어야 하 는 법이오.' 코가 석 자는 빠지도록 무안해진 부자 영감은 백배 사죄를 하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을 했다. 그후 부자 영감 은 고을 일이라면 서슴 없이 나서서 도왔고 빈부귀천 차별없이 인정을 베풀며 오래 잘 살았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