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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 목면 송암리 ▷여우고개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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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설 ▶ 목면 송암리 ▷여우고개
작성자 청양문화원 등록일 2002-06-12 조회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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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연 송암리에서 안심리로 넘어가는 데에 있는 고개를 여우고개 

라고 한다. 아주 옛날 송암리 북쪽 양달진 곳에 박씨라는 착실
한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의 얼굴도 모르고 고아로
써 어려서부터 남의 집에서 자랐으며 장성해서는 나의 집ㅇ 머슴
으로 착실하게 살아왔다. 다행이 그가 머슴살이 하는 집 주인

후덕하여 일 년이면 옷을 몇 벌씩 해줘 불편함이 없었으며, 주
인 마님이 또한 후덕해서 밤에는 밤참까지 해주었다.
그런 대로 배불리 먹으며 불편함이 없이 여유 있게 살았으며 매
년 한번 씩 주는 쇠경은 도루 주인에게 맡겨 이자를 늘임으로 장
차 몇 년만 있으면 독립해서 먹고 살만한 집과 전답도 장만할
만 했다. 그가 어겹게 돈을 벌어서 모으므로 자연 구두쇠가 되

다. 이 집에서 머슴살이를 한지 5년이 지나게 되었을 때, 하루
는 주인이 부르더니 이제는 독립해서 살만하게 되었으니 머슴살
이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충분한 재력은 못되었으나 주인이 소작도 준다기에 그는 우선 송
암리 북쪽 양달진 곳에 나무를 베다가 방 한 칸을 짓고 살림을
시작했다.
살림이래야 혼자서 식생활을 하는 신세이므로 아침에 밥을 해 놓
고, 들에 나갔다가 낮에 들어와서 밥을 먹고 자는 생활이었다.
하루는 별로 할 일도 없고해서 생전 처음으로 장터에 나가봤
다.
장터에 나가보니 사람들도 많았고, 살 것도 많았으나 늙어서 고
생을 않으려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고, 절약해야겠
다는 생각으로 굴비 한 마리만 사서 새끼에 매달고 장터에서 나
와 주막 앞을 지나는데, 옛날 머슴살이 할 때 친구였던 김가를
만나 주막에 들어갔다. 머슴살이 할 때부터 솔을 좋아하는 김가
는 그에게 솔을 계속 권하여 실컨 마심으로 거동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집에서 가야겠기에 주막을 나서자 벌써 어둠
이 밀려오고 있었다. 김가와는 방향이 다름으로 헤어져서 혼자
서 굴비 한 마리를 들고 돌아오다가 그만 고갯길에서 쓸어져 잠
이 들게 되었다.
벌써 늦은 밤이라 행인은 없고, 길 가운데 널찍하게 자리를 잡
고 코를 드르렁거리며 자고 있는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
를 흔드는 기척이 있어 눈을 떠보니 자기 곁에 곱게 갑사치마 저
고리를 입은 색시가 수줍어하면서 앉아 있었다.
그는 놀래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누구냐고 말했더니, "길을 잃
은 색시이며 집도 없사오니 저르르 데려다주사이다" 하고 얼굴
을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잖아도 홀아비로 살아온 그는 잘되었
다 생각하고 그날 밤 집으로 데려와서 같이 살기로 맹세하고 침
식을 같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색시는 새벽에 그가 눈을 떠보니 훌쩍훌
쩍 울고 있었다. " 아무리 집은 업어도 집에 가서 부모님 승낙
을 받아야겠습니다"하고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이 없

데 부모님은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남의 집에서 방 한 칸 얻
어서 산다고 하기에, 그러면 내가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할 것이
아니냐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직은 그럴 것 없이 인사는 다음
에 하고 자기만 다녀오겠다기에 승낙하였다.
색시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일직 돌아오겠다며 길을 재촉하였
다.
그녀가 떠나자 그는 아침밥을 먹고 머슴살이 할 때의 주인을 찾
아갔다. 주인에게 색시가 생겼다고 이야기하고 택일을 한 다음
장가를 가야겠다고 상의를 하자 주인은 정말 기뻐하였다. 장가
갈 때 보태 쓰라고 엽전과 곡식을 주어 한 짐 지게를 지고 집
에 돌아왔다.
그날 밤 밤이 으슥해서 색시가 돌아왔다. 그는 색시가 나타나

오늘의 사유를 말하며 기뻐 하는데 색시도 기뻐하는 것 같았
다.
그래서 그 날도 그들은 잠자리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새벽에 색시는 또 일어나서 훌쩍거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색시를 부모에게 보내줬더니, 그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
지였다.
그는 수상한 생각이 들어 또 옛날 주인을 찾아가 상의를 하였
다. 그랬더니 주인이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색시가 나갈 때 치맛자락을 잡나 잘 보게, 혹시 늙은 여우인지
도 모르니 꼬리가 있나 없나 보란 말이야. 박씨는 혹시 내가 어
떻게 된게 아닌가.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박
씨는 잔뜩 긴장하고도 태연하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물었다. 그
랬더니 색시는 능글맞게 바빠서 늦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박씨는 색시의 뒤만 살피고 있는데, 뒤가 불쑥 나와 보이기도

고 그렇지 않게도 보였다. 그런데 색시는 늘 치마꼬리를 뒤에

대고 있었다. 늦은 밤에야 박씨는 잠자리를 청했다. 색시가 먼
저 잠자리에 눕는데 허리를 구부리는데 뒤가 불쑥 나오는 것이었
다. 옳지 불여우구나!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슬그머니 바깥에 나가서 몽둥이를 들고 살
금살금 들어와서는 문을 확 열었다. 그리고 몽둥이로 힘껏 색시
를 향해 내리쳤다. 몽둥이는 색시 다리에 맞았는지 "케켕 켕
켕"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별안간 여우로 변하여 도망치는 것이

다.
박씨는 잡아죽이지 못한 것이 억울하여 분통해하고 있는데 밤늦
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박씨가 문을 열자 여우가 앉아

었다. "이봐! 너같은 구두쇠에게 뭐가 있다가 색시가 따르겠
어.
이 구두쇠야, 굴비를 빨면 굴비 한 마리 가지고 일년 살래. 이
바보 구두쇠야"
그는 몽둥이를 들고 달려갔으나 여우는 도망가면서 또 소리를 친
다. " 이 구두쇠야, 누가 네 마누라 된다던" 그래서 박씨는

쫓아갔다. 이렇게 해서 밤새 여우랑 싸우다가 날이 밝았다.
그 이튿날 박씨는 도 옛 주인을 찾아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있

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더니 주인은 한참 듣더니 "좋은 수가

네. 나를 따라오게" 하고 벌떡 일어났다.
주인은 박씨를 데리고 장터에 갔다.박씨가 장터로 가는 것을 여
우가 어디선가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터에 온 주인

박씨와 서로 옷을 바꿔 입었다. 그리고 박씨에게는 장터에서 하
룻 밤 쉬라고 하고서 밤늦게 주인은 지팡이를 든 채 박씨 옷을
입고 고개를 넘어오게 되었다.
주인이 고개에 다다르나 색시로 변한 여우가 나타났다. 그는 술
에 취한 듯 비틀거리면서 이리저리 쓰러지다가 땅에 덥석 주저앉
았다. 그랬더니 색시로 변한 여우가 그게 박씨인 줄 알고 놀려

려고 점점 가까이 왔다. 주인은 술에 취한 듯 하면서도 여우가
가까이 다다르자 지팡이로 날쌔게 색시의 머리통을 내려쳤
다. "켕, 케켕"하고 색시가 여우로 변해서 번쩍 뛰더니 자기 앞
애 죽어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고개에 살며 사람을 흘리던 늙은 여우를 주인이 잡아
죽였고, 그 후부터 이 고개에서 여우에게 흘림을 당한 사람은

어졌다.
늙은 여우가 나타났던 고개라 하여 지금도 여우고개라고 부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