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민담 ▶십년 뒤에 만난 친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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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청양문화원 | 등록일 | 2002-06-15 | 조회 | 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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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가을 할것 없이 언제나 경치가 아름다운 산속에 조금만 마을이 있었다. 마을이라야 초가집 몇 채가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을 뿐이어서 거기 사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마 을 사람들은 모두 한 집안 식구처럼 다정하게 살아갔다. 그 중에 도 갑돌이와 을돌이와 병돌이는 더욱 친하게 지냈다. 세 사람은 어디를 가나 꼭 같이 다녔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세쌍둥이라고 놀려댔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쾌하게 생각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사실 알고 보면 아주 당연한 얘기였다. 세사람은 나이도 똑 같을 뿐 아니라 키도 똑 같았고 어쩌면 생김 새까지도 비슷비슷했다. 거기다가 서당에 갈때 보면 세사람은 언 제나 또 같이 책을 왼쪽에 들고 팔짝 팔짝 뛰어간다. 공부도 똑 같이 잘했다. 그래서 서당 선생은 가끔 이세 아이에게 "너희들 셋은 벼슬을 해도 아마 똑같이 할거다"라고 말했다. 이럴때면 아 이들은 물론 즐거워했다. 어쩌면 정승 한자리씩은 모두 꼭 할거 라고 생각했다. "난 이제 더 가르칠 것이 없습니다" 이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 려거든 더 깊은 산 속으로 보내어 공부를 시키십시오" 어느날 서당 선생은 세 아이 아버지들을 모두 놓고 이렇게 말한 뒤에 어디론가 훌훌 떠나 버렸다. 세 아이의 아버지들은 의논했 다. 세 아이를 위해 서당 선생님 말씀처럼 어디론 보내 더 공부 를 시키자고 하였다. 세 사람은 곧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 집안 식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뒷산 고개를 오른 세 아들을 멀리 떠나 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세사람의 부모들 도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세 사람의 아버지들은 각각 자기 의 아들을 붙잡고 서로 의좋게 지내라고 이르는 것을 잊지 않았 다. 세사람은 각기 자기 아버지가 일러 준 말을 잘 지키리라 생 각하며 길을 떠났다. 그들은 목적했던 산 속에 이르렀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고 즐 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세 사람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세 사람의 아버지 말대로 의좋게 지냈 다. 그러나 겨울에 접어들면서부터 눈이 높이 쌓이자 고향에서 올 식량을 아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을 것이 떨어져서 어덯 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그 전처럼 밥을 양껏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부터 세 사람은 밥상을 마주 할 때마다 다른 사 람의 밥그릇 속으로 견주어 보는 것이다. 세 사람은 밥을 돌려가면서 지었다. 그러니까 갑돌이가 아침을 했다면 을돌이는 전심을 해양하고 병돌이는 저녁을 해야되는 것 이다. 갑돌이가 밥을할때는 언제나 세 사람 밥을 똑같이 담았지만 을돌 이가 밥을 할때는 그렇지 않았다. 늘 제 밥만 꾹꾹 눌러서 푸 고 다른 사람들의 밥은 살살 조금씩 푼다. 그런가 하면 병돌이 가 밥을 할때는 다른 사람의 밥은 꾹꾹 눌러서 푸면서도 제 밥 은 살살 푸는 것이었다. 밥을 먹을 대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세 사람은 모 두 밥그룻에 신경을 썼다. 그 뒤 세사람은 공부를 마치고 십년뒤 에 다시 이곳에서 만알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어느덧 십년이 지났다. 갑돌이가 먼저 말을 타고 왔다. 갑돌이 는 십년전에 배를 골며 공부하던 때를 생각하였다. 한시라도 더 빨리 친구들을 보고 싶었다. 그는 원님 (지금의 군수)가 되었다. "그 친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살까" 갑돌이는 이런 생각을 하며 셋이 공부하던 옛터를 둘러보고 있었 다. 그때 "갑돌아" 갑돌이가 귀익은 소리에 얼른 뒤를 돌아다보 았다. 거기엔 병돌이가 서 있지 않은가 두 사람은 너무나 기쁘 고 반가와서 어깨를 서로 글어안았다. 정말 기뻤다. 두 사람이 얼마동안 이렇게 하고 있다가 손을 놓았을때 갑돌이는 병돌이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도 사였다. "그런데 을돌이는 어재 지금까지 오지 않니" 갑돌이는 근심스럽게 말했다. "을돌이" 병돌이는 갑돌이 얼굴을 바라보며 조금 기다리라고 하고 나서 무언가 중얼중얼 외우니까 옆에 있 는 바위가 몇번 들썩들썩 하더니 커달ㄴ 먹구렁이가 나왔따. 갑 돌이는 겁이나 피하면서 물었다. "대체 이게 웬일인가" "응 무서 워할 것 없네. 을돌이는 늘 제 욕심만 차리더니 저렇게 된 거네" 갑돌이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을돌이가 구렁이가 되다니.... "그럼 을돌이를 구할 수는 없는가" "꼭 한가지 있지 기다려 보게" 병돌이가 다시 아까처럼 중얼중얼 대자 그들이 서있는 자리 곁 에 큰 나무가 한 그루 생기면서 이상한 열매가 잔뜩 열렸다. 그 런데 이 나무 맨 아래에는 조금만 열매가 열렸지만 위로 올라가 면서 차차 큰 열매가 열려서 맨 꼭대기에는 사고 만한 열매가 달 렸다. 구렁이가 제일 작은 열매를 따먹으면서 다시 사라이 될수 잇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을돌이는 영영 구렁이가 도는 마는 것이다. 이때 마침 지나가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자 나뭇가지에 가득 열린 열매가 반짝반짝 빛났다. 마치 저를 따먹으란 듯이 이것을 보자 구렁이는 어슬렁 어슬렁 나무로 기어올라가더니 맨 꼭대기에 있는 열매를 따먹는 것이 아닌가! 제일 큰 놈이었다. "아아 저 사람은 구렁이 탈을 벗으려면 아직도 멀었구먼...." 병돌이는 혀를 끌끌찼다. 그러자 구렁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큰 바윗돌 밑으로 들어 가 버리는 것이었다. 갑돌이는 눈물을 흘렸다. 욕심이 너무 많은 을돌이가 가엾어서 자꾸 눈물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