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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 ▶쥐의 노여움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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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담 ▶쥐의 노여움
작성자 청양문화원 등록일 2002-06-17 조회 741
첨부  
 

벌써 며칠째 흰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이대로 며칠만 더 눈 

이 내린다면 산 속에 있는 짐승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라고 야단
이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흉년이 들어 벌써부터 먹을 것이 떨어
진데다가 이렇게 눈까지 오고 있으니 안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날짐승들은 모두 배가 고파서 야단들이었다.
"아이, 배고파 까욱 까욱."
"아이, 배고파 꾸르륵."
"아이, 배고파 꾹꾹."
그런데 이렇게 모든 짐승들이 배가 고파 야단인데도 먹을 것을
쌓아놓고 아무 걱정없이 잘 지내는 짐승이 있었다. 그건 늘 부지
런하게 양식을 모으던 쥐였다.
쥐는 여름내 모은 곡식을 땅 속 깊이 저장해 놓고 눈이 아무리
와도 걱정 없다는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꿩은 얼른 쥐의 집을 찾아가고 싶었지만 그 못
난 쥐한테 어떻게 동냥질을 하랴하고 참았다.
그런데 아기 꿩은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조금만 참아라. 눈만 그치면 어디든지 가서 먹을 것을 구해다
줄게"
엄마꿩은 아기꿩을 달래며 품속에 꼬옥 껴안아 주었다.
그러나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눈은 그칠 줄을 모르고 눈발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제 아기꿩을 달래던 엄마꿩까지 배가 고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 배고파 죽겠어"
"그래 알겠다. 그렇지만 이 눈발 속에 어떻게 하니. 이 산 속에
우리만 굶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나가봐. 정 없으면 쥐들 집에라도....."
"얘,얘, 가만히 좀 있어! 그까짓 못난 쥐새끼한테 가서 어떻게
동냥질을 하란 말이냐"
"아니, 엄마 그렇지만 이대로 굶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가
봐 응 엄마."
엄마꿩은 할 수 없이 어슬렁 어슬렁 졸림에 못 이겨 집을 나왔
다. 산비탈을 이곳저곳 찾아디니며 먹을 것을 찾았으나 먹을 것
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어쩐담!"
엄마꿩은 한참이나 산비탈에서 생각하다가 하는 수없이 쥐의 집
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 밥아! 고양이 밥아!"
그제야 쥐가 고개를 내밀고 나왔다.
"눈만 그치면 곧 갚을 테니 먹을 것을 좀 내놔라!"
꿩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아니꼽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
다. 그렇지만 화가 잔뜩 나 가지고 나온 쥐는 그만 들고 있는 부
지깽이로 꿩의 목을 두들겨 패댔다. 그래서 지금도 꿩의 턱 아래
에는 발간 벼슬이 늘어져 있는 것이다.
엄마 꿩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기슭을 올라가다가 비둘기를 만
났다.
"어디 갔다가 오시오"
얌전한 비둘기는 꿩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양식이 떨어져서 쥐한테 얻으러 갔다 오는 길이라우."
"아, 그래요 저도 지금 쥐한테 양식을 꾸러가는 길인데요."
"가봐야 소용없어."
꿩은 볼멘 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후르륵 날아가 버렸다.
"그래요"
산비둘기는 이런 흉년에 혼자만 배부르게 먹고사는 쥐가 얄미웠
다. 산비둘기는 숨이 가쁘게 쥐의 집으로 갔다.
"좀도적 놈아! 좀도적놈아! 나의 뒤주만 노리는 놈아, 먹을 것
을 좀다오."
쥐는 이 소리를 듣고 화가 버럭 났다. 아니 남의 양식을 얻으려
오는 놈이 저런 소리를 하다니...
쥐는 그렇지 않아도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또 이런 소리를 들으
니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들고 있던 부지깽이로 꿩
을 대릴 때릴 때처럼 마구 두들겨 팼다. 그러자 눈치 빠른 산비
둘기는 얼른 도망쳐 버렸다. 그러나 지금까지 멍이 풀리지 않아
서 목이 푸르뎅뎅하다고 한다. 비둘기는 하는 수없이 빈털터리
로 터덜터덜 날다가 마침 까치를 만났다.
"어디 가는가''
"아 양식이 없어서 쥐를 찾아가는 걸세"
"가봐야 소용없네 그 녀석은 제 입만 생각하는 녀석이라 있으면
서도 없다고 그러는걸''
"그래"
까치는 비둘기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쥐의 집으로 갔다.
"서생원 계시오나 까치인데 미안하지만 양식을 조금 나누어 줘
야 되겠소 그러면 내년에는 틀림없이 갚아드리지요''
또 누가 왔나하고 귀를 기울이던 쥐는 말소리를 듣더니 금방 얼
굴이 환해졌다.
"아 나는 누구시라고요. 꾸어드리고 말고요. 얼마든지 가지고 가
세요."
이 소리를 들은 까치는 아까 산비둘기가 한 말이 생각났다.
"산 비둘기님도 양식을 꾸러왔다면서요''
쥐는 이 말이 떨어지가 무섭게 "글세 그런 양반들이 어디 있어
요. 남의 집에 와서 꿩서방은 날보고 고양이 밥아 고양이 밥아
하고 산비둘기님은 글쎄 좀도적아 좀도적아 하지 않겠어요 그러
니 누가 양식을 꾸어 주겠어요 없다고 했지요 세상에 그렇게 말
하면 저희들도 매나 독수리 밥이 아닌가요 참 내 기가막혀서
쥐는 이때의 노여움이 아직도 풀리지 않아서 지금도 화난 표정

을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