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붉은 고개와 효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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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성문화원 | 등록일 | 2004-07-09 | 조회 | 6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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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칠성이라는 마음씨 착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칠성이란 젊은이는 집이 너무 가난하고 또 병든 어머님을 한 분 모시고 정말 어렵게 생 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들었어도 감히 장가 갈 엄두를 내 지 못허구 늙고 병드신 어머 니를 모시고 살았거든요. 그렇게 가난해서 집 한칸 조차 가지 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아가리 바위에 [채록자 : 아가리 바위요?] 음. 좀 표현이 천한디 짐승 이 입을 쫙 벌리고 있는 것 같 아서 그렇게 불렀나 봐요. 산 중턱에 있는 바윈데. 그 바위에 기대 기둥을 세우고 짚으로 엮 은 거적을 바위에 둘러치구 그걸 집으로 삼아 어렵게 생활하였어 요. 집 한 칸 없었으니 농 사 지을 땅도 없었어요. [채록자 : 그렇게 가난했나요?] 그래 서 젊은이는 날이 밝으면 고개 를 넘어 성안으로 들어와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일을 해주 고 음식을 장만해서 해 질 무 렵이 되야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돌아가서 잡수실 음식을 마련 해 드리곤 했대요. [채록자 : 거지는 아니군요?] 그렇지. 농사철에 농사일을 거들어 준 뒤에 곡식 같은 것 얻어 가기도 하 고 또 잔치집이 생기면 그 곳에 가서 하루 종일 심부름을 하다 가 허드렛일을 해주고 음식 같은 것을 얻어 가는 것이지. 거지는 아니죠. 하지만 어디 그 런 일이 일년 내내 있습니까? 농사철이 끝나고 추워지기 시작하면 일거리도 없어지고 마련해 놓았던 식량도 다 떨어져 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러던 중 겨울이 다가 왔어요. 거적만 두른 집에서 늙은 어 머님은 추워서 벌벌 떨기만 하 고 있는데 젊은이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 서 집을 나섰어요. [채록자 : 왜요?] 아 그야 어머님께 드릴 음식을 장만해 볼려고 그랬죠. 그런데 마침 그 날따라 날씨 가 얼마나 추웠던지 거기다 눈까지 내려서 길도 미끄럽고. 그렇 지만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계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까짓 것 쯤은 문제도 안 되는 거죠. 고생 고생해서 성안에 도착했 는데 이게 웬 횡잽니까? [채록자 : 뭔데요?] 아 그날이 바로 동짓날 아녀. 동짓날은 팥죽을 쒀서 나누어 먹잖아요. 아 그러니 평소에 자기 집에 와서 여러 가지 일을 잘 거들어 주던 젊 은이가 춥고 굶주린 얼굴로 찾아 온 것을 보고 사람들이 가만 있 겠어요. 너도 나도 자기 집 으로 불러다 그냥 팥죽이다 뭐다 막 음식을 먹으라고 줬어요. 여러 날을 굶은 젊은이는 얼마 나 배가 고팠던지 정신없이 허겁지겁 막 먹었어. 아 얼마나 먹 었나 조금씩 배가 불러오니 께 어머니 생각이 나는 거야. 그래서 막 울음이 나왔어. 눈물 도 막 흘리면서. "아니 젊은 이. 음식 먹다 말고 왜 그려?" 하고 사람덜이 물으니께 "예. 이 불효 막심한 늠이 집에서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계 신 어머니를 놔두고 제 배만 채 우고 있었으니 어떻게 지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대요?" 아 그러는 겨. 그러니 그 효성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들이 어 디 있어요. 그 얘길 들은 사람 들이 그냥 따끈따끈한 팥죽과 여러 가지 음식들을 보자기에 싸 주면서 어머니 갖다 드리라 고 그러는 거예요 [채록자 : 신이 났겠네요. 효자가] 그럼. 얼 마나 좋았던지 어머니께 빨리 갖다 드릴라고 팥죽이 식지 않게 가슴으로 감싸안고 뛰었죠. 이윽고 젊은이는 어머니가 계신 집이 보이는 고개까지 왔어 요. 그러자 어머니께 빨리 갖 다 드리구 싶은 생각이 더 나서 그냥 막 뛰어갔어요. 아! 그런 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 그냥 막 고개를 뛰어 내려가다가 그만 눈길에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말 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 팥 죽이 그냥 길 위에 하얀 눈 위에 쏟아져 버렸어요. 그러니 얼마 나 원통하고 어머니한테 죄 송하겄어요? 지 배만 채우고 뒤늦게 어머님이 생각나서 드릴려 고 가져온 팥죽을 엎지른 자 신이 원망스러워서 눈이 내리고 얼어 붙어서 차거운 그 고갯마루 에 엎드려서 한없이 울었 어요. 어머니가 불쌍해서 그리고 불효한 제 자신이 미워서 울 은 거지. 그런데 젊은이가 얼마나 슬피 울었던지 산신령이 그것을 보고 는 어머님 병환을 고칠 수 있는 약과 또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양식을 두 사람 몰래 보내줬 어요. 그 뿐만 아녜요. 젊은이 가 팥죽을 엎지른 그 고개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효를 실천하도 록 팥죽 색깔인 붉은 색으로 만들었대요. 그 후 젊은이의 효성이 고을 원님까지 알려져서 원 님은 젊은이에게 큰 상은 물 론이고 집과 농사지을 땅까지 마련해 주셨대요. 그래서 착하고 효행이 갸륵해서 복을 많 이 받어서 어머니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 * 채록 일시 : 1996. 11. 9. * 구연자 : 조인복(남 43세 교원 대학원 졸) * 나서 자란 곳 : 홍성읍 대교리 1구 219-21(1년 반 전에 대우 아파트로 이사 옴). * 채록 장소 : 구연자 자택(대우아파트). * 만나게 된 경위 및 채록 상황 : 채록자(배성진)가 홍성 민담 을 채록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구연자를 만난 자리에서 민담 채록에 관한 이야 기를 하게 되었다. 구연자 는 평소 늘 민담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채록자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는데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구연자 자택을 방문 이야기판을 벌였 다. * 청중 : 구연자 가족 2명. * 처음 들은 때 및 들려준 사람 : 약 30여 년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그 때 아버지께서 사랑 방에 구연자를 불러 놓고 이야기를 해 주셨음. * 구연 경력 : 구연자의 자녀와 학생들에게 몇 번 이야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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