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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성영화제에 참가한 당진문화원 결혼이민자들 글의 상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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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울 여성영화제에 참가한 당진문화원 결혼이민자들
작성자 당진문화원 등록일 2007-04-10 조회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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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당신들처럼 심장을 가진 사람들
이주여성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여성결혼이민자들
2007. 04. 10. 화요일
 


이주여성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한 여성결혼이민자들


“여러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I beg your understanding). 그게 전부입니다. 우리도 모두 사람입니다. 당신들처럼, 심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필리핀 출신의 조이 씨(30)가 한국어보다 편한 영어로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다. 조이 씨를 포함해 진상(30), 은희(24), 지니(23), 미미(23), 보현(34), 연순(36), 로잘리나(49) 등은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의 국적을 갖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이다. 이들은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이주여성 특별전과 연계 기획된 미디어워크숍에 참여해 자신들만의 작품들을 내놓게 되었다. 지난 1월10일부터 27일까지 2주 반의 시간 동안 배우고 찍고 편집한 것이라 5분 내외의 영상들은 영화적으로 미숙함을 띨 수밖에 없다. 4월9일 특별 상영된 워크숍 작품과 워크숍 메이킹 필름이 관객을 감동시킨 건 짤막한 DV 단편들 속에서 이들이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우리 남편, 한국어를 가르쳐주시는 우리 시아버지, 애교 많은 우리 둘째아들의 모습과 평범한 일상을 비춘 카메라에는 많은 미디어가 오류로 범하는 이방인을 향한 왜곡된 시선이 없다.
“극장이 크잖아요. 그래서 제 얼굴이, 크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그게 누구도 잘 모르잖아요. 내가 만든 거니까. 근데 그 감정이 많이 나온 것 같아서 더 좋았어요.” 베트남 출신의 보현 씨는 자신의 감정이 듬뿍 담긴 클로즈업을 감격해했다. 유독 눈물이 많아 메이킹 필름 안에서도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혔던 보현 씨는 “그게 힘들게 살아서 그래요”라고 이상한 억양의 한국어로 말한다. “문화원 와서, 사람들 많이 만나서, 기쁘고, 감동이 되어서, 얘기할 때마다 자꾸 눈물이 나요.” 다리가 불편한 옆집 할머니를 카메라에 담은 필리핀 출신 로잘리나 씨는 할머니를 뵐 때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우리 시어머니, 많이 아프셨어.” 딸만 셋 낳았다고, 아들 못 낳은 며느리 타박하는 시어머니였지만 로잘리나 씨는 6년간 병수발을 하면서 먼저 돌아가신 제 어머니를 떠올렸다 한다. 로잘리나 씨의 단편 마지막은 세 딸과 어머니가 나란히 서서 카메라를 향해 걸어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렇게 카메라를 넘어 사라지는 설정을 어떻게 떠올린 것이냐고 물으니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었던 거”라고 대답한다. 로잘리나 씨가 딸들에게 갖는 바람은 “건강했으면 좋겠고, 옳고 그름을 잘 분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중국 출신인 진상 씨는 씩씩한 모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돈이나 그런 걸 바라고 한국에 온 줄로 아는데, 그런 사람들은 인터넷을 켜고 TV를 들여다보라. 중국도 많이 발전했고 잘 살고 있다. 나는 돈 같은 걸 바라고 오지 않았다. 사람을 찾아 왔다. 그러니 예쁘게 봐달라.” 자신의 단편 안에서 직접 노래를 불렀던 미미 씨는 상영후 GV 때 관객 요청을 받아 고국 베트남의 노래 한 자락을 들려주기도 했다. 다양한 국적이 모여있다보니 GV시간은 객석에서 질문 하나가 나올 때마다 각국어로 웅성거렸다. 아마도 초중생 학부모인 듯한 여성 관객이 일어나 질문 뒤에 덧붙인다. “영화 안에서 계속, 한국말을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그건 제가 영어나 베트남어를 잘 못하는 것처럼 미안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워크숍을 공동주관한 충남 당진문화원의 결혼이민자사업담당 백숙현 팀장은 “주로 그들의 비극을 극대화하는 왜곡된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과 우리 모두에게 너무 좋았다. 가족같은 신뢰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하고, 다시 큰엄마처럼 그녀들 하나하나를 관심 가져주느라 분주했다. “집에 애들도 있고 애들 아빠도 있고 어른들도 계셔서” 모두 딱 하루밖에 스케줄을 만들지 못한 이날, 9명의 워크숍 참석자 중 임신한 은희 씨만 빼고 모두 모여 인터뷰와 사진 촬영에 응해주었다. 자리에 온 지니 씨도 임신 중이었다. “워크숍 하고 나서 이런 경사들이 생겼다”며 백 팀장이 더 기뻐하는 눈치다. 그녀들은 GV에서부터 인터뷰를 마칠 때까지 지극히 자연스럽게 서로 속삭이고 웃고 떠들며 즐거워했다. 각자의 모국어와 눈짓과 표정만으로도 그녀들의 소통은 가능했다. 그렇게 개방된 자리에서 낄 틈을 찾지 못한 것은 능숙한 한국어를 쓰는 한국 기자 뿐이었다.
 

 

글 박혜명 <씨네21 기자>·사진 서지형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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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ffis.or.kr/wffis2007/webdaily/04_10/people_read_0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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