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읍] 말운들의 흰죽
안면읍 창기리 1구, 이 마을은 옛날부터 땅이 비옥하고 사철 물
이 끊이지 않아 농사짓기에 좋은 곳이며 산림이 창창하고 기후
가 좋은 곳이다. 이 마을 중앙에 위치한 큰 농토는 해마다 수천
석의 곡식을 추수하는데, 이 들녘을 이름하여 「말운들」이라 부
른다.
이 말운들 동쪽에 위치한 국사봉 산맥을 따라 조금 내려와서 지
씨(池氏)의 선조가 안치된 산소가 있는데 이야기는 여기서 비롯
된다. 이 지씨 댁 선조 묘는 와우형명당(臥牛形明堂)으로 이름
이 났는데, 지리에 밝은 사람들은 모두 이 명당을 보고 극구 감
탄한다고 한다. 고려 말엽, 조정에는 지정승(池政丞)이라는 분
이 국사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평소 덕망이 있고 기골이 장대한
데다가 정사에 소홀함이 없어 왕의 신임을 받았다. 어느날 지정
승이 퇴궐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웬 스님 한 분이 찾아왔다.
“어떻게 오셨나요?” “대감께 필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의 집으로 갑시다.” 지정승은 스님을 데리고
집으로 와서 저녁밥을 같이 먹으며 물었다. “하고싶다는 말씀
은 무엇인가요?” “예, 다름아니오라 정승댁 선산이 있는 안면
소(安眠所)(안면도)땅은 명당이 아닙니다. 그곳에 오래 조상을
모시면 후손에게 큰 화가 닥쳐오는데 역적의 누명을 쓸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지정승은 지금까지
자손에게 영화가 있는 산소를 좋게만 생각해 왔는데 뜻하지 않
은 스님의 말에 의아해 하며 물었다. “방법이 있긴 있습니
다.” “방법이라면?” “예, 산소에다 들기름을 펄펄 끓여 부으
십시오.
그리하면 액은 면할 수가 있습니다.” 스님은 이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지정승이 생각하니 참으로 난감했다.
지금껏 탈없이 지낸 가문인데 느닷없이 중이 나타나 던지고 간
말이 마음을 짓눌렀다. 싫은 소리는 듣지 않으면 약이요 들으면
병이라는 말이있듯이 지정승은 며칠 동안 스님의 말에 마음을 쓰
다가 만일에 후손에게 불행이라도 닥칠까 봐 중이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정승은 하인 한 사람과 함께 끓는 들기름을 가지
고 산소로 갔다. “이 끓는 기름을 묘 위에 부어라.” 하인이 정
승께서 시키는 대로 하자,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
듯 큰 소리가 삼봉산에서 울리더니 중턱에 굴이 생기면서 백색용
마가 나와 들판을 나르며 우는 것이 아닌가? 이 괴이한 일이 벌
어지자 정승은 크게 뉘우쳤다. 용마는 사흘 동안 들 위에서 울더
니 마침내 기진하여 자기가 나온 동굴 근처에 떨어져 죽고 말았
다.
이것을 본 국사봉 천신할미가 흰죽을 쑤어 용마에게 먹이고 소생
을 시켜 보려고 했으나 소생되지 않았다.
지금도 용마가 나왔다는 굴의 벽에는 그 때 흰죽이 묻은 자리가
하얗게 남아 있다 한다. 그 후부터 이 들을 말이 울었다 하여
「말운들」이라 불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말이 변하여 지금은
「마루뜰」이라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