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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철마의 애국 게시판 상세보기

[태안문화원] - 지명 및 전설 내용 상세보기 입니다.

제목 [원북면] 철마의 애국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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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철마의 애국

원북면 방갈리에는 『작은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름 그대로 대여섯 가구쯤 사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마을을 안고 있는 비교적 높은 산은 『국사봉』
이라 부른다.

옛날에 이 산에는 사찰이 있었다하며, 사찰 안에는 크고 작은 철
마의 상이 여러개 있었다 한다. 이 철마상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철마상의 용도가 무엇이었는지는 정설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고 다만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사찰에는 쇠로 만든 도리깨가 있었다 하는데, 절에서
타작을 할 일도 없었을텐데 쇠도리깨가 왜 절안에 있었는지에 대
한 것도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철마와 쇠도리깨가 국사봉의 암자에 왜 있었는
지 밝혀 보는 것이다. 옛날, 우리 고장에는 오랑캐의 침략이 빈
번했다 한다. 오랑캐로 인하여 우리고장은 오랜 세월 수난을 당
해왔는데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할 때의 일이다.

어느 해에도 오랑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 사나운 침략자들을 물리칠 힘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도처에서 노략질을 일삼고 부녀자를 폭행하는 일을 당하면서도
그들의 칼날 앞에 벌벌 떨기만 하고 있었다. 그때 팔을 걷고 나
선 건장한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힘이 세고 정의롭고 용기가 충만한 인물이었는데, 오
랑캐의 횡포를 막아보겠다고 나섰다.

이 청년은 동네 청년들을 모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랑캐를 물리칠 궁리에 잠겨있던 애국청년들이
누가 나서지 않나 기다리던 중이어서 하룻만에 수십명의 청년들
이 모였다. “우리 힘으로 오랑캐를 물리칩시다!” “좋소!” 그
러나 막상 전쟁터로 나가려 하니 무기가 없었다.

의기와 의분과 충절의 마음만 가슴에서 끓어오를 뿐 그들에게는
만만한 칼 한 자루도 없었다.

기껏 모은 무기라는 것들이 성능이 좋지않은 활 몇 개와 단검
몇 자루, 그리고 나머지는 몽둥이 뿐이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적을 물리칠 수가 있겠소.” “옳은 말이요, 이 보잘것 없
는 무기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같소.” “그러나 저러나 무
기는 이렇다손 치고, 적들은 잘 길들인 말을 타고 종횡무진하는
데 우리는 무엇을 타고 싸운단 말이요!” 그러고 보니 말 한 필
도 없었다.

섣불리 덤볐다가 적의 말굽아래 짓밟히고 말 판이었다. “어떻
게 하면 좋겠소.” “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소.” 청년들은 싸우
기로 결심하고 날이 밝으면 싸움터로 나가기 위하여 준비를 서둘
렀다. 그날 밤, 청년 장수가 꿈을 꾸었다.

꿈에 희고 긴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젊은이, 내일밤 자정을 기하여 국사봉 암자를 찾아가게.

거기에 가면 젊은이가 찾고 있는 반가운 것들이 있을꺼야.”
“반가운 것이라면?” “싸움터에서 필요한 병마와 병기가 거기
있다네.” “정말입니까? 노인장.”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누
구신가요?” 그러나 노인은 사라졌고 청년은 노인을 부르는 자
기 소리에 놀라 그만 꿈에서 깨어 났다.

꿈이 하도 또렷하고 기이하여 젊은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노인의 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다음 날 젊은 장수
는 청년들에게 출전을 하루 늦추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나 청년들은 꿈만 믿고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
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날 밤 자정 젊은이들은 국사봉 암자
로 갔다.

밤이 칠흙처럼 어두웠다.

하늘에 별빛만 반짝이고 주위는 고요했다.

암자에 오르는 동안 숲속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런데 암자에 가까이 갔을 때, 갑자기 수십 필의 말발굽 소리
가 요란하게 들리지 않는가? “이게, 무슨 소리지?” “말발굽
소리다!” 젊은이들이 허겁지겁 암자 마당에 이르러 보니 수십필
의 말이 고개를 쳐들고 젊은이들을 향하여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
다. “휘잉!” 젊은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는 앞을 다투어 말고삐를 하나씩 잡았다.

그 때 어디선가 우렁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고삐를
놓고 암자의 광문을 열어라.

거기 쇠도리깨가 있을 터이니, 그 도리깨가 곧 적을 물리칠 무기
가 되느니라!” 젊은이들이 이 소리에 우르르 몰려가 암자의 광
문을 열었다.

아아! 거기에는 노인이 말한대로 많은 쇠도리깨가 빛을 내며 서
있었다.

젊은이들은 저마다 쇠도리깨를 하나씩 집었다.

다시 소리가 들렸다. “자, 지금 바로 야음을 틈타 적진으로 진
격하라.

적이 나타나면 쇠도리깨를 휘둘러 섬멸하되, 한가지 유의할 점
은, 전쟁에서 이기면 반드시 말과 쇠도리깨는 날이 새기전에 제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하느니라.” “진격!” 말이 달렸다.

그러나 달린다기 보다는 나른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참으로 빨리 달리고 있었다.

금새 적진에 다달았다. “모조리 섬멸하라!” 젊은이들은 닥치는
대로 쇠도리깨를 휘둘렀다.

불의에 습격을 받은 오랑캐들은 혼비백산 도망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도망가는 적군을 쇠도리깨가 그냥 두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불과 몇 시간만에 적군은 섬멸됐고, 살아남은 적은 생포를
해서 볼기를 쳐 쫓아버렸다. 젊은 장수와 젊은이들은 의기양양하
게 말을 타고 암자로 향했다.

노인의 말대로 날이 새기 전에 말과 쇠도리깨를 제자리에 갖다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말과 도리깨를 국사봉 암자에 갖다 놓고 산을 내려
올 때는 아직도 먼동이 트지 않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적을 물리친 일이 꿈만 같았다.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싸움을 할때 말들이 그렇게 용맹스럽고 날쌘 것이라든지, 줄잡
아 쌀 반가마니의 무게가 될성싶은 쇠도리깨를 파리채 내둘듯
한 일이라든지, 또 자신들도 지칠줄 모르는 힘이 솟아오르던 일
들이 아무래도 예삿일이 아닌 것 같았다. 젊은이들은 마을로 돌
아와서 잠을 자지 않고 지금까지의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또 적
을 무찌를 때의 무용담을 나누면서 밤을 새웠다. 얼마후 먼동이
터왔다.

동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면서 햇살이 퍼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은 누가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국사봉 암자로 발길을
향했다.

어제밤 일들이 궁금했다.

도대체 그 할아버지는 누구이며, 또 암자에 수십필의 말을 기르
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젊은이들
이 암자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말도 쇠도리깨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히 여긴 젊은이들이 광문을 열어보았다.

광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 많은 말들이 뛰고 있던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말발굽자
국 하나 없었다.

암자 마당은 언제 깨끗히 쓸어 놓았는지 티끌 하나 없었던 것이
다. “어찌된 일이야?” “누가 아니래.” “우리가 꿈을 꾼 게
아닌가?” 젊은이들은 자기들이 지금까지 싸웠던 일들과, 이상
한 노인이 나타난 일들과, 지금 암자 마당에서의 변화가 무엇인
지 몰라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때 암자 안에서 목탁소리가 들
려왔다.

이 암자를 지키는 늙은 중의 아침 염불이었다.

젊은이들은 목탁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랬더니 불상앞에 조그마한 철마 한 쌍이 놓여 있고, 그 옆에
역시 조그마한 쇠도리깨 하나가 세워져 있지 않은가.  젊은이들
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의구심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암자 마당에 병마가 있다고 가르쳐준 그 노인은 아무래도 부처님
일 것이라 생각했으며, 부처님의 영험으로 자기들이 오랑캐를 쫓
아냈다는 것과, 지금 보이는 철마와 쇠도리깨가 어제 자기들이
전쟁에서 사용한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
러 우리 태안지방에서 활개를 치던 오랑캐는 사라졌고, 국사봉
의 암자도 허물어 졌는데, 지금도 산봉우리에는 절터가 남아 있
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 암자에 있었던 철마와 쇠도리깨가 국
사봉 아래에 사는 모씨의 집에 있었다는데, 지금은 간곳이 없다
한다. 조금은 허황된 이야기 같지만 국난이 있을 때마다 온 백성
이 합심하여 나라를 지킨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잘 나타내준 이
야기라 생각되며, 불교를 숭상하던 시대의 신앙심을 엿보게 하
는 그런 전설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