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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염라대왕을 고발한 사람 게시판 상세보기

[태안문화원] - 지명 및 전설 내용 상세보기 입니다.

제목 [원북면] 염라대왕을 고발한 사람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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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훌륭한 정치가와 문장가와 위인들을 찾아 볼 수 있
다.

신라 때 최치원이라는 분을 후세 사람들이 존경하는 이유도 그
분의 훌륭한 문장가적 자질 때문이다. 최치원은 신라 경문왕(28
대)때 당나라에 유학하며 크게 명성을 떨친 분인데, 나이 어려
당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당나라에게 큰 공을 남기고 돌아온 대장
문장가요 사상가요 정치가였다. 최치원이 당나라에 있을 때 『황
소』라는 도둑의 우두머리가 나라를 어지럽혀 당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을 때 『토황소격문』이라는 글을 써서 황소가 벌벌 떨
게 했으며, 결국 황소의 난을 평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
으니, 이 하나를 보아도 그분의 문장이 얼마나 뛰어났는가를 보
여주고 있다. 고국에 돌아와 한 동안은 벼슬을 하였으나 말년에
는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에만 전념했는데, 그분이 남긴
『계원필경집』 그리고 『사륙집』 등은 불후의 명저들이다. 후
일 그분은 가야산에 들어가 여생을 보냈는데 전설에 의하면 신선
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한다. 옛날에 그 분이 잠시 서산군수로
와 있었는데, 지금 지곡면에는 부성사라는 그분의 덕을 기리기
위한 사당이 있고, 해마다 후손과 유림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
다. 이 이야기는 최치원이 서산군수로 있을 때의 이야기인데, 이
야기의 주인공이 원북면 사람이라는 점에서 우리 고장의 전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느 날 나이 60이 넘어보이는 사람이 서
산군수를 찾아왔다.

행색으로 보아 부자집 주인 같았는데 그의 얼굴은 비통함으로 가
득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소?” “군수님, 이런 억울하고 분할
데가 어디 있습니까?” “무엇이 그리 억울하단 말이요?”
“예, 저에게는 늙으막에 아들 둘을 두었습죠.

60이 넘어 얻은 아들이라 불면꺼질까 애지중지 키웠는데, 글쎄
며칠전 두 아이가 모두 시름시름 앓더니 세상을 뜨고 말았답니
다.” “거 참, 안됐군요.” “제가 오늘 군수님을 찾아 뵈온 것
은 이 억울한 사연을 말씀드리고 염라대왕을 군수님께 고발하려
는 것입니다.” “염라대왕을 고발한다?” “그렇습니다.

한 아이라면 몰라도 아까운 두 아들을 데려간 염라대왕의 불공평
한 처사를 고발하려는 것입니다.” “듣고보니 참으로 안됐소.

이왕 고발이 들어왔으니 못들은 척 할수는 없고, 내가 3일후 염
라대왕을 이곳에 모실터이니 그때 부르거든 당신이 와서 직접 억
울한 사정을 말해 보시오.” 이렇게 해서 그 사람을 돌려보냈다.

옆에서 이 소리를 듣던 아전들은 기가 막혔다.

세상에 별 해괴망칙한 고발도 다있고 또 아무리 영특한 군수라
하지만 염라대왕을 불러 주민의 억울한 사정을 듣게한다니 이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전들은 군수가 너무 자만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군수께
물었다. “군수님, 어쩌자고 이런 고발을 받아드렸습니까? 만일
염라대왕을 불러오지 못한다면 어찌하시렵니까?” 그러자 최군수
는 태연하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걱정할 게 없느니
라.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라.

지금부터 우리 고을에서 제일 빨리 달리는 말 한 필을 구해라.

그리고 말 잘타는 군졸을 불러 염라대왕을 마중가도록 하여
라.” 군수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지만 군수의 명령이
니 아전들은 천리마 한 필을 구하고 군졸 한 사람도 대령했다.
“너는 사흘 후 그믐날 밤에, 이 말을 타고 운산쪽으로 가거라.

가다보면 염라대왕께서 이리로 오고 있을 터이니 모시고 오도록
해라.” “정말 염라대왕이 오시는 겁니까?” “가 보면 알 것이
다.” 군졸은 사흘후 그믐 밤에 운산쪽으로 말을 달렸다.

길은 험하고 사방이 캄캄하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다행
이 천리마가 천리마답게 어둠을 뚫고 달렸다.

군졸은 으시시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밤중에 염라대왕을 마중 나간다는 것은 생각
만 해도 무서운 일이 아니겠는가? 군졸이 가슴을 조이며 가고 있
는데 갑자기 앞이 훤하게 밝아지면서 웬 사람이 말을 타고 오는
것이었다.

그의 차림으로 보아 사람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에 군졸은 그 앞
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염라대왕이십니까?” “그렇다네.”
“저를 따라 오십시오.” 군졸이 앞서 가는데 아까와는 달리 앞
이 훤하니 밝았다.

염라대왕에게서 나오는 빛이 길을 밝혔던 것이다. 관청에 오니
이미 염라대왕을 고발한 노인이 와 있었다.

최치원 군수는 문앞에까지 나와 염라대왕을 맞아 들였다. “이
거, 대왕님을 오시라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오, 훌륭하신 군
수께서 부르시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나요.

그러나 저러나 무슨 일로 나를 부르셨소?” “다름이 아니오라,
이 노인이 대왕을 걸어 저에게 고발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재판을 할려고 하는데, 대왕께서는 피고가 된 셈입
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들어
봅시다.” “자, 그럼, 노인께서 말씀을 드리지요.” 군수가 억
울하다는 노인에게 발언권을 주자, 노인은 `자기 아들들을 왜 한
꺼번에 데려갔느냐''고 따졌다. 이 소리를 듣던 염라대왕은 갑자
기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이놈, 너는 네 아들의 죽음만 억울
하고, 다른 사람의 아들이 죽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냐?”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놈, 몰라서 묻느냐, 너
는 지금부터 13년전에 원북땅 어느 곳 에서 주막을 한 일이 있
지?” “그렇습니다만.” “그 때, 네놈의 주막에 들렸던 쌍둥
이 형제를 어떻게 했느냐?” 염라대왕의 이 말에 노인은 얼굴색
이 창백해지며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

이 사람이 이처럼 몸을 떠는 이유는 이러했다.

이 노인이 원북 양산쯤 되는 곳에서 주막집을 하던 어느 날이었
다.

밤이 꽤 깊었는데 손님이 찾아왔다. “쉴 만한 방이 있습니
까?” 이렇게 방이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홍안의 소년이었는
데,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두 청년의 얼굴이 쏙 빼다 닮았다.

쌍둥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등에 봇짐을 하나씩 지고 있었는데 값비싼 비단봇짐이었
다.

주인은 한 눈에 이들이 돈이 많은 보부상이라는 것을 알고 못된
마음을 먹기 시작했다. “방이 있는데 들어들 오지?” “고맙습
니다.” 두 청년이 저녁을 먹고 전대에서 돈을 내어주는데 전대
에 돈이 가득하지 않은가? 이를 본 주인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아니 살기가 일고 있었다. 그날 밤, 이 꽃다운 두 목숨은 못된
주막집 주인의 칼날 앞에서 사라졌다.

주막 주인은 부엌 한쪽을 깊게 파고 시체를 매장했다.

그때 빼앗은 돈으로 이 늙은이는 지금까지 편하게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놈, 왜, 말이 없느냐?” 염라대왕이 다시 호령하자
그제서야 노인은 벌벌 떨면서 용서를 빌었다. “죽을 죄를 지었
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요.” “이 못된 놈, 그 추한 목숨이 그
렇게도 아까우냐? 내 당장 네놈의 목숨도 가져가고 싶다마는 아
직 명이 조금 남아 참는 것이다.

다만 네 두아들을 네게 주었다가 다시 데려옴으로써 자식을 잃
은 슬픔이 어떠한가를 알려주고, 또 네게도 고통을 주기 위하여
너의 쌍둥이를 데려 갔느리라.

나는 지금 그냥 가지만 여기 계신 현명하신 군수께서 네 죄를 다
스릴 것이다.” 이렇게 말한 염라대왕은 홀연히 사라졌다.

모여섰던 사람들은 이 기막힌 사실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데 최군
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여봐라, 이 늙은이를 당장 하옥시키
고, 몇 사람은 이 늙은이집 부엌을 파 보아라.” 군졸들이 노인
을 옥에 가두었다.

그리고 노인집 부엌을 파 보았더니 거기에는 두 젊은이의 시체
가 아직도 그대로 묻혀 있었다. 욕심에 눈이 어두운 자의 비참
한 말로였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하면 자기 눈에도 피눈물이 난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 이를 본 사람들의 입에서는 이런 말
을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과연 염라대왕은 최군수가 불러서 왔
을까? 후일 사람들은 도통한 최치원 군수가 이 노인의 죄를 통찰
했고, 허깨비를 만들고 도술을 부려서 염라대왕을 만들었다는 소
문이 나돌았다. 지금 원북 양산의 어느곳인지 그 주막이 있을리
없지만, 이 인과응보의 법칙은 오늘날의 험난한 세태에 경종으
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