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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1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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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1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463
첨부  
 

험준한 산으로 둘러쌓인 양산마을은 평화롭기만 했다.

기름진 농토가 넓게 펼쳐있고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냇물은
이 마을의 풍요를 대변하고 있었다. 천성이 부지런한 양산마을
사람들은 천혜의 삶의 터전을 가꾸어 나가며 부러울 것 없는 생
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먹을것 넉넉하고 인심 후하고 산수가 수
려하니 모두가 좋은 것 뿐이었다. 산수좋은 고장은 예부터 장수
하는 사람이 많고 미인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인지 이 마을 쳐녀들은 모두 양귀비였다.

이웃 마을 총각들이 이 동네 쳐녀와 결혼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이유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 마을을 감싸고 있
는 험준한 산은 산세가 너무 험악하고 산림이 울창하여 아무도
이 산을 넘어 본 사람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산에 대한 지식과 산 너머에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무지할 뿐이었다. 이 마을에서 다른 마을을 잇는 유일한 길
은 동쪽으로 빠끔히 뚫려 있는 길 뿐이었다. 이 길을 따라 수십
리를 걸어가면 넓은 들이 나타나고, 이 들을 건너가면 작은 마을
이 있었는데, 이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양산마을을 신비스러
운 별천지로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가 양산마을과는 왕래가 별로 없어서 양산마을에 대하여 이
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만들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산마
을 사람들의 외부와의 접촉도 그렇게 잦은게 아니었다.

모든 생활필수품은 거의가 자체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
들이 마을을 떠나는 일은 공산품 구입을 위하여 수십리 떨어진
읍내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외부와 단절된 양산마을
이었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살아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줄잡아 100여 가구가 되는 인구, 거기에 넉넉한 식량과 자연환경
이 좋았고, 동네 사람들이 서로 믿고 단결하는 가족적인 분위기
가 두드러져 그야말로 별유천지 비인간의 마을처럼 평화롭기만
했다. 젊은이들의 결혼도 거의가 한 동네에서 성씨가 다른 사람
들끼리 이루어졌는데, 그러다 보니 모두가 친척과 사돈으로 맺어
져 있어 앞으로는 다른 마을 사람들과 혼인을 맺어야 할 실정이
었다. 다시 양산마을의 뒷산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야겠다. 이 마
을에서 다른 마을로 잇는 길은 동쪽으로 빠끔이 뚫려 있는 길이
유일한 길이었는데, 길 옆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어져 있어 이
양산마을은 호수와 같은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여간
에 이 마을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뒷산에 대하여 아무것도 아
는 바 없이 태평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일고 있었다.

그것은 뒷산에 대한 의구심과 호기심,

그리고 신비스러움이 섞 인 괴상한 말들이었다.

 

“뒷산에 산신령이 살고 있대.”

 

“산신 령이 천년 묵은 이무기라면서?”

 

“이무기가 아니라 호랑이라던 데.”

 

“아니야, 여우래. 천년 묵은 여우래.”

 

여인들이 두 세명만 모이면 뒷산에 대한 소문이

말에 말을 얹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올랐다.

여인네들 뿐만아니라 사랑방에 모인 남정네들도

이 같은 소문에 호기심이 일었다.

 

“여우가 도술을 부려 사람으로 변한다는데 참말일까?”

 

“아따, 이사람, 누가 보았대? 그런 엉터리 소문을 믿고 있나?”

 

“아니야, 호랑이고 여우고 오래 묵으면 이상한 짓을 한다잖나.
아, 누구드라, 옳지, 범이 아버지도 밤늦게 뒷간에 갔다가 여우에게 홀려

밤새 논배미에서 헤매다가 날이 샜다지 않던가? 헛소문이 아닐지 몰라.”

 

이러한 소문이 쉴사이 없이 퍼지고 있던 어느 날,

그 소문이 사실인 것을 뒷받침 하듯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가 없어졌대!”

 

“소가? 누구네 소가?” 


“돌쇠네 것이래.”

 

“어쩌다가?”

 

“모르지, 외앙간에 피가 흘렀는데, 그 피가 뒷산쪽으로 이어져 있었다는 거야.”

 

“그렇담, 사람의 짓이 아니잖아.”

 

“사람이 어떻게 소를 산으로 가져갈 수 있겠나.”

 

그러나 이 마을의 소는 돌쇠네 소 뿐만아니라
자고 나면 한 마리씩 오간데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도 큰 소만을 골라 가져가고 있어서 농사철이 돌아오는 봄철되자

농사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소가 없어지는

까닭을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소문대로라면 산에 요괴가 있어 짐승을 잡아간다고 보아야 하는데,

이것은 굉장한 공포가 아닐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불안과 공포 속에서 편안한 날이 없었다.

밤만되면 외출을 삼가고 문을 잠그고 숨어 살듯 하였지만 날이
새면 으례히 소 한 마리가 없어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
었다.이제는 밤이 두렵기까지 했다. 이렇게 되자 양산 마을에는
소가 거의 없어졌고, 텅빈 외양간에는 섬찍한 살기만 감돌고 있었다.

 

"이러다간 동네가 폐동이 되겠어.”

 

“누가 아니래, 이러고만 있지 말고 대책을 세워야 해.”

 

“대책을 어떻게 세운다지?”

 

“젊은 청년들을 모아 방위대를 조직하면 어떨까?”

 

“그렇게 하는게 좋겠어.”

 

다음 날, 이 마을 젊은이들은 모두 촌장집으로 모여 괴물과 싸울 것을 다짐하고,

조를 짜서 밤새 횃불 을 밝히며 감시하기로 했다.

 

“무기가 있어야 해.”

 

“칼과 활을 만들자.”

 

“창과 방패도 필요해.”

 

키고, 낮이면 칼쓰는 법과 활쏘는 법을 익히는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이 들의 충천한 사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소가 없어지는 사건은 여전히 계속됐다.

횃불을 대낮처럼 밝히고 시퍼런 칼날을 번득이며 보초를 서고 있
는데도 요괴는 어느틈에 어디론가 나타나 소를 잡아가고 있었
다. “이거, 헛수고만 하는 게 아닌가?” “그런것 같아, 우리
의 힘으로는 막을 길이 없는 것 같아.” “어떻게 하지.” “나
도 모르겠어.” 마을 사람들은 맥이 풀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
황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이 날 밤도 동네 청년들은 그대로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전처럼 망을 보기로 하고 횃불을 준비하여 곳곳에 불
을 밝히면서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밤이 이슥할 때였다.

망을 보던 한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
다.

모두의 눈이 그 쪽으로 쏠렸다.

아! 거기에는 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척장신인 거구
의 한 장수가 갑옷을 입고 손에는 장검을 들고 새가 나르듯 훌쩍 마을로 날아오더니,

한 집의 외양간에서 소 한마리를 번쩍 들고 다시 산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저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가, 분명 사람이지?”

 

“사람이야!”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의 상이야”

 

“번개처럼 날쌔구먼!”

 

“그러나 저러나 저렇게 훌륭한 장군이 어떻게 소도둑이 됐을까?”

 

“모를 일이야!”

 

뜻하지 않은 소도둑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데에
마을 사람들은 실망이 더 컸으며, 도둑에 대한 궁금증으로 갈피

잡지 못하고 다시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 도둑은 산적이 틀림없소.”

 

“무술이 뛰어난 산적일 것이요.”

 

“우리도 무술을 더 닦아야 하오.”

 

“그러나 그 날쌘 무사를 어느 재주로 당하겠소.”

 

“그렇다고 그냥 앉아있으려오? 뭉칩시다. 싸웁시다.”

 

젊은이들은 적이 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정체가 밝혀진 이상

전보다는 마음의 여유와 용기가 더했으며,

모두가 뭉치면 능히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아무리 철통같은 감시를 해도 어느 사이에 왔다 갔는지 감쪽같았다.

매일 훈련을 하고 대장간에서 만들어 놓은 칼과 창, 활이 있지
만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이 마을에는 소가 점점 줄어 들었고 씨가 마를 판이었다.

처음에는 큰 소만 가져가더니 나중에는 송아지까지 마구

잡아가는 것이었다. 수난을 당하는 것은 소뿐만 아니었다.

소가 거의 없어지자 이번에는 닭이며 돼지며 집짐승 모두를 가져가는 것이었다. 

 

“이러다가는 동네가 망하겠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해.”

 

사람들은 마을을 뜰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무서워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아! 그런데 그 보다도  더 무서운 일이 이 동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 없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가, 여자 중에도 처녀가 매일밤 한 사람
씩 없어지는 것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밤이 무서웠다.

자고 나면 밤사이에 처녀 한 사람이 없어지는 이 괴이한 사건은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고 있었다.

 

“어젯밤에는 분이가 없어졌어.”

 

“벌써 세 사람째가 아닌가.”

 

“이 동네를 떠나야 해.”

 

사람들은 이 동네를 떠날 결심을 하였고, 이주할 채비도 서두르고 있었다.

한편, 양지바른 윗쪽에는 곱단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곱단이는 이름 그대로 곱지않은 구석이 없었다.

마음이 곱고 얼굴이 곱고 살결이 곱고 모두가 고운것 뿐이었다.
 곱단이 과년하여 결혼할 나이가 됐는데, 곱단이에게는 아랫마을에 용범이라는

사랑하는 청년이 있었고, 장래를 약속한 사이었다.

용범이라는 청년도 그 이름처럼 용처럼 날렵하고 호랑이처럼

감하여 장사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용범이도 곱단이처럼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효성이 지극하여 동네 사람들로부터 효자라는 소리를 듣는 젊은이었다.

근면하고 성실하며 건장한  용범은 이 마을의 으뜸 청년으로

마을 청년들을 이끌어갈만큼 통 솔력도 있었다.

용범과 곱단의 사랑은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이었고,

금년 가을 결혼식을 성대히 치룰 것이라며 국수먹기를 벼르고 있는 처지였다.

그런데 호사다마라 했던가.

갑자기 곱단이 괴물에게 납치를 당하고 말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충격이었다.

그 누구보다도 용범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

 

“이놈의 괴물, 내손으로 처치하고 말겠다.”

 다음 날 용범은 등에 활을 메고 긴 칼을 차고 뒷산을 향해 올라갔다.

그러나 산을 오르기에는 힘이 벅찼다.

깎아지른 절벽을 기어오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솔포기와 나무뿌리를 잡고 의지하며 산을 오르는 용범의 온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쏟아졌고 손과 발에는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포기할 용범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곱단이 지금 저 산속에서 무슨 변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고,

그일을 생각하면 용범의 분노가 한없이 끓어 올랐다.

미끄러져 떨어질뻔한 위험한 순간들을 여러번 겪으며 용범은 드디어

절벽을 오르는데 성공했다. 날이 샐 무렵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해가

서산마루에 걸려 있을 때쯤에야 절벽의 정상에 올랐고,

용범은 어떤 승리감으로 잠시 곱단을 잊기도 했다.

용범은 산을 살펴 보았다.

처음 보는 뒷산은 수목이 울창하였고, 끝없이 산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않은 원시림처럼 빽빽한 숲은

길이 하나도 뚫리지 않아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금방이라도 사나운 짐승이 뛰어나올 것처럼 스산한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머뭇거릴 수가 없었다.

가야만 하는 것이었다.

산속 깊이 들어가면 필경 어떤 미지의 세계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곱단이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도 생겼다.

그는 성큼성큼 숲속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 수록 산림은 무성하여 사람이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

용범은 등에서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를 자르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얼마쯤 그렇게 했을까, 날이 어두운 것을 보면 몇 시간 그렇게
숲과 싸운 모양이었다.

용범은 날이 어두워 더이상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용범은 꿈을 꾸었다.

긴 수염을 날리는 노인이 꿈에 나타나더니 용범에게 말했다. 


“지금 너의 행동은 무모한 짓이다.  그 괴물은 무서운 괴물이니 되돌아 가도록 해라.”

 

“그럴 수 는 없습니다. 기어히 괴물을 잡아 곱단이를 구하고 마을 의 평화도 되찾아야 합니다.
노인장! 노인장께서 누구신지 모르지만 저 좀 도와주십시오.” 


노인은 비장한 각오를 한 용범의 눈빛을 읽고 감동한 듯이 이런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 내일 날이 밝거든 오른쪽으로 열 걸음만 걸어가거라.
그러면 괴물이 다니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을 따라 가면 괴물이 사는 굴이 있느니라.”

 

“노인장, 고맙습니다.”

 

 

용범이 머리를 조아려 노인에게 절을 하고 일어나보니

노인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용범이 꿈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날이 밝고 있었다.

용범은 일어나서 노인이 말한 대로 오른 쪽으로 열보를 걸어갔다.

과연 노인의 말대로 거기에는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만한 길이 빠끔이 뚫려 있었다.

꿈 속에 나타난 노인이 누구였는지 용범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어쩌면 그 노인은 이 산의 산신령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용범은 정신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발길을 멈췄다.

나뭇가지에 곱단이의 옷고름이 하나 걸려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 올 줄 알고 곱단은 옷고름으로 표를 한 거야.”

용범은 용기가 백배하여 지칠 줄 모르고 뛰었다.

그의 마 음 속에는 오직 하나 곱단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면서 곱단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리는 듯 했다. 얼마쯤 그렇게 뛰어갔을까.

갑자기 길이 막히면서 앞에 큼직한 동굴 입구가 나타났다.

보기만 하여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되는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옳지, 이 동굴 속에 괴물이 살고 있구나.”

용범 은 주위를 살피며 동굴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동굴이 떠나갈 듯이 소리친 것은 사나운 범이었다.

그런데 그 범이 내지르는 소리는 호랑이의 소리가 아니고

사람의 말이라는데 용범은 놀랬다.

 

“웬 놈이냐?”

 

호랑이가 다시 한 번 소리치자 용범은 정신을 가다듬고 호랑이를 노려봤다.

호랑이의 눈은 살기에 차 있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용범을 덮칠 것 같은 기세였다.

용범은 위기를 느꼈다.

한 치의 헛점만 보여도 호랑이가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범은 손을 뻗어 옆구리에 찬 장검을 뽑으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격언을 생각했다.

“그렇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그의 손은 어느 새 장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어두운 굴 속에서도 번쩍번쩍 빛을 뿜었다.

이 장검은 양산마을에 괴물이 나타난 이후 용범의 손에서 한 시
도 떠나지 않았고, 용범이 무술을 연마한 보검이었다.

아직 이 칼로 전쟁을 해보았다거나 괴물과 싸운 경험은 없지만
용범의 무술은 호랑이 하나쯤은 처치할 만한 칼 솜씨를 지니고 있는 터였다.

호랑이가 다시 소리쳤다.

“웬 놈이냐고 묻지 않느냐? 그리고 이곳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물러 가거라”

호랑이의 유창한 사람말을 따질 겨를이 없는 용범이었다.

그는 잔뜩 위엄을 담은 목소리로 대꾸하고 있었다.

 

“양산마을에서 온 용범이다. 이 동굴 속에 곱단아씨를 잡아온 괴물이 살고 있지?

나는 그 곱단아씨를 구하러 왔다. 길을 비켜라.”

 

“가소로운 놈, 우리 대왕을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냐?

우리 대왕의 일을 방해하는 놈은 아무도 용서할 수 없다.”

말을 마친 호랑이가 달려들었다.

용범은 잽싸게 비켜서며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쉽게 칼에 맞을 호랑이가 아니었다.

호랑이 역시 번개처럼 날렵했다. 용범과 호랑이의 싸움은 쉽게
끝이 나지 않았다.

몇 시간을 그렇게 싸웠는지 모른다.

모두 지쳐 있었다.

용범의 등줄기와 이마에서는 쉴 사이 없이 땀이 흘렀다.

점점 기력이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갑자기 용범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에잇!” 그리고는
칼소리가 사납게 스쳐갔다. “쿵” 호랑이가 쓰러지는 소리가 동굴 안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