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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2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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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2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425
첨부  
 
용범이 이긴 것이었다.

 


한바탕 전쟁이 스쳐간 동굴 안은 고요가 흘렀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현기증이 일어 났다. 

용범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얼마쯤 주저앉아 쉬고 있던

 

 

용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칼과 활이 제 위치에 있는가 등과 허리를만지며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몇 걸음을 옮기던 용범은 쓰러져 있는 호랑이를 돌아 보았다.

싸울 때는 호랑이가 얼마나 큰 놈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상관하
지 않았으나 호랑이를 쓰러뜨리고 나니 호랑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호랑이가 쓰러져 있던 자리에 호랑이는
간곳이 없고, 하얀 털을 가진 마르고 늙은 여우 한 마리가 목에
칼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용범은 자기의 눈을 의심했
다.

그래서 눈을 씻고 다시 들여다 보았으나 거기에는 여우가 쓰러
져 있는 것이 분명했다.

참으로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분명히 싸울 때도 호랑이었고, 또 사람말로 호통치던 그 우람한
소리도 호랑이의 소리였는데, 지금 그 자리에는 여우가 죽어있었
던 것이다. 용범은 수수께끼 같은 이 사건에 마음속으로 혼란을
느끼며 굴 속을 향하여 걸어 들어 갔다.

굴 속은 어두웠다.

겨우 앞을 가릴 만큼 희미한 빛이 흐르고 있었으나 구름이 달을
가린 밤처럼 스산했다.

주위에서는 이따금 박쥐가 날고 괴상한 짐승의 울음소리마져 들
려 용범을 긴장시켰다. 그렇게 가기를 몇 시간, 갑자기 앞이 환
하게 트이면서 햇빛이 확 들어왔다.

오랫만에 보는 찬란한 햇빛은 용범의 눈을 부시게 했고 현기증
을 일으켜 비틀거리게 했다.

싱그러운 바람이 확 풍겨왔고 향긋한 향기마져 코끝을 스쳤다.
용범은 눈을 부비며 앞을 바라 보았다.

눈 앞에는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푸른 초원이 한 없이 이어져 있었고, 숲과 강물도 보였다.

여기 저기 보지 못했던 기화요초가 만발해 있었고, 처음 듣는 새
들의 지저귐 소리도 새로운 것이었다.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이 별천지를 넋을 읽고 바라보던 용범이었지만, 곱단 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어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 눈요기에 불
과했고, 다시 자기의 할 일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
게 가야 하지, 물어 볼 사람도 없지 않나.” 용범은 난감하여 갈
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무작정 앞으로 가고 싶었으나 바로 눈 앞에는 시퍼런 강물이 흐
르고 있어 건너갈 수가 없었다.

언뜻 보기에도 물살이 사납고 깊고 넓어 도저히 헤엄쳐 건너가
기 힘든 강이었다. 초조한 용범이 강가를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
는데, 강 건너에서 쪽배 하나가 이쪽으로 건너오고 있는 것이 아
닌가.

쪽배에는 젊은 청년이 노를 젓고 있었는데, 사공은 용범을 보자
배를 그 앞에 멈추면서 말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 손님이시
오.” “예, 나는 양산지마을에 사는 사람인데 괴물을 쫓아 여기
까지 왔으나, 강을 건널 배가 없어 이렇게 난감하게 서 있다
오.” “괴물이라, 그래 그 괴물이 사는 곳을 알고 있소?” “모
르지요.

굴 속에 살고 있는 줄 알았더니 굴을 지나고나니 이처럼 처음보
는 세상이 있구려.” “그 괴물이 사는 곳을 내가 알고 있지
요.” “그래요? 그게 어딥니까?” “이 강을 건너가면 큰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은 꽃으로 장식된 길이라오.

그 길을 끝까지 가면 궁궐 같은 집이 나올 것이요.

  바로 그 집이 괴물의 집이라오.”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그런데 물이 깊어 건너갈 수가 없으니 그 배를 타고 갈 수는 없
을는지요?” “좋습니다.

내가 강 건너까지 모셔다 드릴터이니 타시지요.” 용범은 뜻밖
의 사람을 만나 쉽게 강을 건널 수 있게 된 것이 기뻐서 하늘이
자기를 돕는 것이라 생각하며 배에 올랐다. 강물은 잔잔했으나
강 중간쯤 이르니 물살이 거세지고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하지만 용범은 지금까지 쉬지 않고 산에 오르고, 호랑이와도 싸
우느라 지쳐 있었다.

그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배 고물에 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배가 갑자기 요동했다.

파도가 뱃전에 부딪쳤고 그럴 때마다 물보라는 배 위로 튀어 올
라와 갑판을 흥건히 적시곤 했다.

용범은 위험을 느꼈다.

배가 전복되기 전에 탈출할 생각을 했으나, 곧 물살이 너무 세
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았다. 용범은 사공을 보았다 그러나 사
공은 조금도 당황하거나 초조한 빛도 없이 태연히 앉아서 흔들리
는 배를 마치 파도 타기라도 하듯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사공의 태도가 용범은 얄미웠다. “여보시오.

배가 전복하려 하는데 사공이 그렇게 태연히 앉아 있으면 어쩌자
는 거요?” 이 소리에 사공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 웃음소리는 소름이 끼칠만큼 징그럽게 들렸다. “네 이놈, 내
가 누군줄 아느냐? 나는 천년 묵은 여우다!” 이렇게 말한 사공
이 물 속으로 뛰어드는가 했더니 그의 몸은 어느새 여우로 변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배는 전복되고 말았다.

여우의 간괴에 말려든 것이었다. 파도에 밀린 용범이 기절한 상
태에서 정신이 들어 눈을 떠 보니 강변에 누워 있었다.

죽지않고 살아난 것이었다.

그는 부시시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사납던 강물은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햇살이 비친 물결은 눈부셨고 그 위로 나르는 물새의 노래 소리
가 고왔다. “천년 묵은 여우라고 했지, 그렇다면 곱단을 납치
한 괴물도 요사스런 그 여우가 틀림없어.

그러나 나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다.

내 사랑 곱단이를 찾을 것이다.” 용범은 강을 따라 올라갔다.

여우가 일러 준 큰 길이 나타날 때까지 위로 올라갔다.

얼마쯤 갔을까, 과연 숲 속으로 넓게 뚫린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을 따라가면 괴물이 살고 있는 집이 나타난다고 했다. 어째
서 여우가 이 길을 쉽게 가르쳐 주었을까, 그것은 용범이 물속에
서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용범은 천우신조로 이렇게 살아났던 것이다. 용범은 길
을 따라 걸었다.

길가에는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열매가 많이 열려 있었다.

열매를 보자 시장끼가 밀려 들었다.

그는 손을 뻗어 열매를 땄다. “혹시 독이 든 것은 아닐까?” 그
는 의심도 해 보았지만 워낙 배가 고픈 그에게 그런 생각은 뒷전
으로 밀려갔다.

그 동안 그는 풀뿌리와 나무 열매로 연명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이었다. 다행이도 그 열매에는 독이 없었다.

정신없이 열매를 따 먹은 용범은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풀숲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는 몹시 지쳐 있었던 것이다.

하긴 용범이 양산마을을 떠나 이곳 이상한 동네로 오기까지 며칠
이 걸렸는지 모른다.

해가 지고 낮과 밤이 뚜렷하지 않은 이곳에서는 시간의 개념마
져 잊게 마련이었다. 얼마쯤 잤을까.

용범은 잠에서 깨어나 다시 걸었다.

길 양쪽의 나무숲에서 산새의 노래가 들려왔다.

그 산새소리 역시 용범으로서는 생소한 것이었다.

양산마을에서 듣던 그런 산새소리가 아니었다. 모두가 낯설고 모
두가 생소하며 모두가 신비롭기만 한, 이 이상한 동네는 도대체
누가 사는 마을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용범의 앞에 대궐같은 집이 나타났
다.

그 집은 집이라기 보다 옛 동화 속에 나오는 궁궐같은 집이었
다. 용범은 발을 멈추고 이 장엄한 대궐에 넋을 잃고 멍청히 서
있었다.

어쩌면 이집은 괴물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어느 신선이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 때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
며 대문이 열리더니 몸집이 거대하고 키가 구척인 장수가 말을
타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 수십명의 군졸이 따르는데 그 위용이 하늘을 찌를듯 하
였고 용맹이 천하를 삼킬만 했다. 용범은 잽싸게 몸을 나무 뒤
에 숨겼다.

그리고 이 뜻하지 않은 군병들의 출현에 가슴 조이며 그들의 동
태를 살피고 있었다. “이제부터 사냥을 나간다.

오늘은 인가에 내려가 많은 가축을   도륙하여 오도록 한다.”
말을 탄 장수의 위엄있는 소리에 졸병들은 머리를 숙여 그 명령
에 따르겠다는 복종의 표시를 했다. 용범은 대장의 하는 말 가운
데 인간마을에 내려간다는 대목에 서 번뜩 집히는 예감이 있었
다. “그렇다면 이곳은 괴물이 사는 집이 분명하다.

저 장수는 사람이   아닌 요괴가 분명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용범은 등골이 오싹했고 식은땀이 등에서 흘러 내렸다.

정신을 바싹 차려야지 잘못하다가는 큰 일을 만날 것같다는 생각
이 불현듯 들었다. “네 이년, 내가 사냥을 해 올 동안 잘 생각
하기 바란다.

만일 이번에 돌아와서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너도 굴 속에서 죽
게 될것이다.”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 대장의 노기띤 고함소리
에 용범은 정신이 번쩍 들어 그쪽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거기 대문 뒷쪽에 낯익은 얼굴
이 보였던 것이다.

용범이 찾아 헤맨 그 사랑의 얼굴이 고개를 숙인채 험상한 대장
의 협박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용범은 가슴이 갈래갈
래 찢어지고 있었다.

불같은 것이 가슴 한복판에서 목구멍으로 치솟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뛰어나가 저 요물을 단칼에 요절을 내고 곱
단을 구하고 싶었으나 지금 섣불리 굴다가는 일을 그르칠 것이라
는 생각에 흥분을 삭이고 있었다. “왜 대답이 없느냐?” 대장
이 곱단을 향하여 다시 소리치자 곱단의 머리는 땅으로 더 향하
고 있었다. “사흘이다.

사흘 동안 네가 맘 고쳐먹으면 호강을 하며 살겠지만, 그렇지 못
하면 더 이상 봐 줄 수 없으니 그리 알아라.” 대장은 그런 말
을 남기고 졸개들을 데리고 우루루 용범이 오던 길을 따라 나갔
다.

그렇다면 저 요물이 곱단을 데려다가 욕정을 채우려 했으나 곱단
이 그 동안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제 최후통첩으로 사
흘 동안의 사냥에서 돌아와 결판을 내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용
범은 어떤 안도의 숨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아직 곱단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는 것과, 곱단이
죽기를 각오하고 요괴와 싸워왔다는 그 용기에 감사하는 마음에
서 터져나오는 긴 호흡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저 집안으로
들어가 곱단을 데리고 나오는가 하는 것이 지금 용범에게 큰 과
제였다. 지금 집안에 곱단이 말고 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고 굳
게 닫힌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가느냐 하는 것도 커다란 문제였
다. 집을 둘러싸고 있는 담은 아득히 높아 담을 뛰어 넘기도 불
가능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용범은 우선 집안의 동정을 살피기로 하고 대문 앞으로 다가갔
다. 용범은 대문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집안은 사람의 자취는 하나도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넓은 뜰에는 갖가지 꽃나무와 정원수가 들어서 있었고, 알 수 없
는 과일나무에는 탐스럽게 익은 과일들이 열려 있었다. 무릉도원
이란 말은 들어보았지만, 지금 이 집안 정원이 그와 같다는 생각
을 해 보기도 했다. 용범이 어떻게 하면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을까 궁리를 하며 대문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
서 잡아끄는 손길이 있었다.

소스라쳐 돌아다보니 한 군졸이 용범의 수상한 짓에 시비를 걸어
왔다. “웬 놈이 남의 집을 엿보느냐?” 군졸은 용범의 대답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어느새 칼을 뽑아 들고 용범의 목을 노
렸다.

참으로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용범의 날랜 몸짓은 군졸의 칼을 피했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도 어느 틈엔가 칼이 들려져 있었다. “보아
하니 네놈은 사람이 분명한데,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왔느
냐?” 졸병은 식식거리며 용범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칼솜씨가 범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용범도 칼을 휘둘렀다.
“쟁강, 쟁강” 조용하던 대문 앞이 칼소리로 소란해졌다.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용범은 곱단을 찾기 위하여 피나는 무술을 연마하였다.

웬만한 무사가 당할 수 없는 무예를 닦은 용범이었기에 지금 이
이상한 탈을 쓴 졸병과도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칼싸움은 몇시
간을 두고 계속됐으나, 두 사람 모두 기진한 상태로 끝이 날 기
미가 없었다. 그런데 용범이 점점 밀리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칼을 든 손은 땀이 배어 흐르고, 금방이라
도 쓰러질 것 같았다.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며 힘
을 내려 애썼지만 용범은 점점 눈앞이 캄캄하고 현기증을 느꼈
다.

비실비실 뒤로 밀리던 용범은 `이제 그만이구나' 하며 병졸의
이 사정없이 내려쳐지는 환각을 느끼며 칼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
았다. “건방진 놈, 감히 나에게 대들어.” 병졸의 눈에 갑자기
살기가 등등해지더니 용범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용범은 체념했
다.

그러나 분하고 억울했다.

여기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와 그를 구하려던 꿈이 산산히 부
서지는 처참한 현실이 서글펐다.

그 보다도 조금전 곱단의 얼굴을 보지 않았던가, 수척하여 여위
었던 그 얼굴, 괴물의 협박에 눈물 흘리던 사랑하는 사람을 목전
에 두고 이렇게 죽어가다니 참으로 분했다. 용범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죽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