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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면] 황룡을 잘못쏘아 죽인 숨은 고개의 사연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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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원면] 황룡을 잘못쏘아 죽인 숨은 고개의 사연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643
첨부 jpg 황용을 잘못쏘아 죽인 고개의 사연.jpg

 

이원면 내리, 이곳은 태안군의 맨 서쪽 끝에 있는 돌출한 해안인
데, 이 마을에는 숨은고개라는 조그마한 산이 있다.

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드는 이 능선에 나즉한
고개가 있는데 이 고개에 오르면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치가 참 좋은 곳이다.

이 고개 이름이 『숨은고개』 라 지어지기 까지는 매우 애틋한
사연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이러하다.  옛날, 원북면 학암포 앞
바다와 이원면 내리를 잇는 바다에는 조기가 많이 살았다.

그 당시 이곳 주민들은 바다에 나가 조기잡이만 해도 생계를 유
지할 만큼 조기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조그마한 범선을 타고 나가면 배가 물속에 잠길 정도로 많은 조
기를 잡아 싣고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기가 많이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이 조기떼를 지켜주는 용이 한 마리 있었는데, 이 용이
조기들을 마음놓고 살도록 보호하고 있었다.

이 바다에는 한동안 바다구렁이라든가, 무서운 상어라든지, 때로
는 고래같은 바다의 무법자들이 나타나 조기떼를 잡아먹고 조기
의 서식을 막아 조기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나, 용이 이들 조기를
보호하고 부터는 조기떼가 다시 모여들었고, 살기좋은 여건이 갖
추어져 조기들이 서해바다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그 수도 날
이 갈수록 불어났다.  이 조기를 보호하는 용은 빛깔이 누렇게
생겨서 『황룡』이라고 불렀는데, 황룡의 착한 마음씨 덕분으로
조기도 살고 주민들도 크게 덕을 보는 터였다.  그런데 서해바
다 멀리에는 또 한마리의 용이 살았다.

이 용은 색깔이 푸른 색이어서 『청룡』이라 불렀는데 마음씨가
고약해서 이무기는 저리가라였다.

조기떼를 보호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조기를 잡아가고, 횡폭한 바
다 동물들의 심술도 막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 청룡이 사는 바다 근처에는 조기가 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어가 죽은 바다나 다름없었다.  이
청룡은 마음씨가 고약한 그대로 심술도 궂고 시샘도 많았는데,
그는 언제나 이원 앞바다에 사는 조기떼가 탐이 났고, 그런 욕심
을 채우자니 그 바다를 지키는 황룡이 몹시도 미웠다.

그래서 청룡은 호시탐탐 황룡의 영토를 넘보며 빼앗을 궁리를 했
지만 그럴만한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청룡은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안되겠다.

힘으로라도 황룡을 죽이고, 조기떼를 찾아야 할 것이야.”  이
렇게 마음을 굳힌 청룡은 어느날 황룡을 찾아갔다.

평소에 청룡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황룡으로서는 청룡의
방문이 달갑지 않았다.  “무슨 일로 왔소.”  “당신이 이 넓
은 영토를 차지하고 풍성한 먹을 것을 독식하는 것이 싫어서 따
지러 왔소이다.”  “그건 잘못 아셨소.

나는 조기들을 잡아먹거나 괴롭히는 그런 용이 아니오.

다만 바다가 죽지않고 살아 움직이며 평화를 유지해야 되겠기
에, 그와 같은 사명으로 이 바다를 지키고 있을 따름이요.”  
“그 되먹지 않은 소리, 누가 그 소리에 감탄할 줄 아시오.

그러지 말고 이 바다 반만 나에게 양도하시오.

그럼 내 가만히 있으리다.”  “안되오.

반을 당신에게 주면 그 반은 모두 황폐한 바다가 될 것이요.

당신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바다를 죽음의 길로 내어줄 수
는 없소.

진작 단념하고 물러가시요.”  하지만 청룡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여러 날을 찾아와서는 황룡을 달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하며 집
요하게 황룡을 괴롭혔다.

이같은 사실을 안 바다의 조기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잘못하다가는 청룡의 밥이 된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같은 바다의 분위기를 알아차린 청룡은 황룡을 다시 찾아가 결
투를 신청했다.

선전포고를 한 것이었다.  “당신이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니 당
신을 죽이고서라도 이 바다를 빼앗아야 하겠소.

결투로 이긴 용이 이 바다의 주인이 되는 것이요.”  일방적인
선전포고에 황룡도 하는 수 없이 싸우기로 결심하고 힘을 길렀
다.

그로부터 며칠후, 청룡이 푸른 불빛을 뿜으며 황룡을 향해 덤벼
들었다.

황룡도 누런 불을 뿜으며 대응하였다.

두 마리 용의 싸움은 가관이었다.

바다가 온통 소용돌이 속에 휩싸였고, 물결이 해안을 덮었다.  
두 마리의 큰 용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
웠다.

황룡의 입에서 한줄기 거대한 불이 청룡을 향하여 뿜어지면 청
룡 또한 불기둥으로 막았다.

두 용이 입에서 뿜어내는 불기둥 때문에 바다는 용광로 처럼 부
글부글 끓었고, 바다의 고기들은 떼죽음을 당하는가 하면 이웃
바다로 피난가기에 바빴다.  청룡과 황룡의 싸움은 바다에만 피
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원북면과 이원면 주민들에게도 공포와
불안을 안겨주었고 생계마져 위협을 주었다.

주민들은 날마다 용들의 싸움을 구경하며 아무일도 못하고 앞날
을 걱정하고 있었다.  “천재지변이야, 아니지, 천재해변이구
먼.

하늘이 노했나 봐.”  “우리가 뭐 잘못한 게라도 있는가, 생
각 좀 해보세.”  “잘못한 일이 뭐 있나, 우리 이웃끼리 정이
두텁고 도둑이 없고 불효자도 없는데.

고약한 사람이 우리 동네에 어디 한 사람이라도 있던가? 하늘이
노할 만한 일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이게 무슨 괴변이
지?”  사람들의 이같은 걱정을 알 까닭이 없는 두 마리의 용
은 매일 싸움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두 마리의 힘이 동일했던지 승부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청룡이 밑에 깔리는가 하면 황룡이 다시 밑으로 들어가고 엎칠뒤
칠 하여 아무도 승리를 점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용들의 싸움
으로 여러 날이 지났다.

두 마리 모두가 지쳐 있었다.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었던지 청룡이 휴전을 제의했다.  “하
루만 휴전하자?”“좋다.”  이렇게 하여 두 용은 하룻동안 휴
전에 들어갔다.  그 즈음 이원면 내리에는 젊은 무사 한 사람
이 살고 있었다.

이 젊은이는 활 솜씨가 뛰어나 명사수로 이름이 나 있었다.

그의 화살 앞에서는 피하는 것이 도무지 없었다.

날으는 새, 기는 뱀, 뛰는 노루며, 심지어 날으는 파리까지 명중
시키는 솜씨였다.  이 젊은 무사는 큰 꿈이 있었는데, 그것은
이 나라의 명장이 되는 꿈이었다.

사람들도 이 젊은이의 꿈이 허황된 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만큼 그의 활솜씨가 대단했기 때문이었다.  “크게 될 인물이
야!”  “암, 나라의 기둥이 되고도 남지.”  “빨리 빛을 보
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과거 날짜가 열흘 남았대.

무과에 틀림없이 합격 할거야.”  사람들의 말대로 젊음이는 과
거시험을 위하여 활쏘는 연습을 맹렬히 하고 있었다.

이제 과거 시험 날짜가 앞으로 열흘, 내일은 일찍 일어나 한양
을 향해 떠나야 한다.

한양까지는 줄잡아도 칠팔일이 걸려야 한다는 계산으로 젊은이
는 길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날 밤, 젊은이는 여행
을 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젊은이가 곤하게 잠들어 있는데, 그 단잠을 누군
가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그 사람은 누런 베옷을 입은 노인이었는데, 수염이 하도 길어 앞
가슴을 덮고 있었다.  “여보시오, 젊은이!”  “좀, 일어나
보시오.”  노인은 젊은이를 조심스레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젊은이는 번득 눈을 떴다.

그리고 자기를 깨우는 사람을 보았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는 누구신가요?”  “나 말이요? 그보다도 잠을 깨워 미안하오.

잠시 일어나 내 말을 들어주시오.

긴히 할 말이 있다오.”  젊은이가 옷을 입고 좌정하자 노인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우선 내가 누구인가, 나를 먼저 소개하
겠소.

나는 저앞 바다에 사는 황룡이오.”  “황룡이시라면, 지금 한
창 싸움을 하는 그 황룡이신가요?”  “그렇다오.”  “그 황
룡께서 어떻게 저를 …”  젊은이가 의아해하며 묻자 황룡은 지
금 바다의 사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청룡의 음모로부터 시작하여 자기가 그동안 이 바다를 지켰기 때
문에 사람들이 마음놓고 조기잡이를 할 수 있었고 생계를 유지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며, 지금도 이 바다를 지키기 위해 청룡
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주며 젊은이에게 도움을 청했
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인가요?”  “어려운 일
이 아니오.

당신은 명사수가 아니오? 그러니 당신의 그 활솜씨를 잠시만 발
휘해 주시오.”  “하지만 저는 내일 과거를 보러 떠나야 합니
다.

그러하니 제가 도울 수 없습니다.”  젊은이는 이번 과거가 자
기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 과거시험을 치루기 위하여 지금
까지 갈고 닦은 솜씨인데, 다른 일로 해서 그릇칠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노인은 과거날짜가 아직도 여러날이나 남았
으니 하루쯤늦게 간다고 해서 시험 날짜를 넘기지는 않을 것이
며, 또 중요한 일은 젊은이의 과거는 개인의 일이지만, 자기를
돕는 일은 바다를 살리고 이곳 주민을 살리는 일이니, 어느것이
더 중요한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이도 생각해 보
니 하루쯤 늦게 가도 부지런히 걸으면 늦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
었고, 또 황룡의 말대로 자기의 활솜씨로 바다를 살리고 이웃 사
람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
되어 승락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고맙소, 승
락해주니.

젊은이는 내일 마을 앞 동산에 가서 소나무밑에 숨어 있으면서
우리가 싸우는 광경을 한 눈 팔지말고 잘 관찰하고 있어야 되
오.”  “그 다음은요?”  “우리의 싸움은 내일 최종 승부를
가리는 치열한 싸움이 될 것이오.

우리는 엎치락 뒤치락 싸울 것인데, 내가 잠기면 청룡이 떠오르
고 청룡이 잠기면 내가 떠오를 것이오.”  “그런데요?”  
“그런데, 잠겼다 떴다 하는 속도가 하두 빨라서 화살빠르기에
견주어도 틀림이 없을 것이오.

그러니 젊은이는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내가 떠오르면 나를 향
하여 화살을 날려야 하오?”  “그렇게 빠릅니까?”  “그렇
소.

만일 청룡이 떠오를 때 활을 쏘게 되면 내가 맞아 죽게 되니, 젊
은이는 명심하고 반드시 내가 떠오를 때 쏘아야 하오.”  “알
겠습니다.”  “그럼, 부탁하오.”  이렇게 말한 황룡은 사라
져갔다.

젊은이가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자기는 잠자리에 옷을 벗은 채
누워있었고, 머리맡에도 내일 길 떠날 보따리가 그대로 놓여 있
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젊은이는 다시 잠을 청했
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두 눈이 더 또렷해지면서 아까 노인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
다.  “내가 떠오를 때 쏘아야 하오.

만일 청룡이 떠오를 때 쏘면 내가 죽게되니 명심하시오.”  젊
은이는 기필코 청룡을 쏘아 바다를 살리고 이웃에게 도움을 주어
야겠다고 다짐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다음 날, 젊은이
는 아침 일찌기 활과 살을 준비하여 산에 올랐다.

젊은이는 노인이 일러준대로 나무 뒤에 숨어 바다를 살펴보았다.

바다가 검푸르게 변하여 있었으며, 그동안 두 용의 싸움이 얼마
나 치열했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루 동안의 휴전은 너
무 짧았다.
겨우 하룻동안 잔잔하던 바다는 서서히 요동하기 시작했다.
다시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북쪽으로부터 청룡이 푸른빛을 번득이며 달려 들었다.
하루를 쉬었다가 싸우는 때문인지 그들이 지르는 소리가 바다를
흔들었다.  두마리 용의 꼬리가 흔들릴 때마다 파도가 산처럼
일었고, 입에서 뿜어내는 열기는 바다를 들끓게 했다.
그 싸움은 가히 승부를 점칠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젊은이는 이
광경을 숨을 죽이고 바라보면서 청룡에 대한 미움이 복받쳐 올랐
다.
젊은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등에 짊어진 활을 만지며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
윽고 두 용이 엉크러져 싸웠다.
떴다 잠겼다 하며 싸우고 있었다.
꿈에 노인이 말한 그대로였다.
젊은이는 활에 살을 재고 겨누었다.
그때 청룡이 떠올랐다.
젊은이의 눈에서 광채가 번득이며 소리쳤다.  “이 못된 놈의
청룡아!”  아아! 그러나 젊은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황룡이 그렇게 당부하던 소리를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청룡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젊은이의 이성을 빼앗아가고, 침착성
과 분별력을 잃게 했다.  보기좋게 날아간 화살은 황룡의 등을
꿰뚫고 말았다.

황룡의 등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치더니 천지를 뒤 흔드는 외마
디 소리를 지르며 축 늘어졌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뿔싸!”  이 광경을 본 젊은
이는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금방 울음이라도 터트릴듯 머리를 쥐어짜더니 활을 꺾어 동
댕이 치는 것이었다.  “내 이게 무슨 실수람, 무슨 면목으로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무슨 얼굴로 과거를 보러간담.
부끄럽구나, 내 수양이 덜된 탓이야.
이런 상태로 과거에 급제한들 무엇에 쓰겠나.
차라리 포기하자.” 젊은이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숲속으로 들
어갔다.
한 순간의 실수가 인재를 수렁에 가라앉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뿐인가, 바다를 죽게하고만 것이었다.  얼마후, 사람들은 산
속에서 풀뿌리를 캐먹으며 숨어사는 젊은이를 발견하고 마을로
내려가기를 권했으나 부끄럽다고 하면서 끝내 내려오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는 후, 학암포 앞바다와 내리 앞바다에서 조기떼가
사라졌고, 대신 연평도 바다에서 조기가 많이 잡혔는데, 사람들
은 청룡이 조기떼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라고 여겼고, 또 연평도
앞 바다에 조기가 많은 것은 학암포에서 쫓겨간 조기들이 그곳
에 모여 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후로 젊은 무사가 숨
어살던 고개를 『숨은고개』라 이름지어 불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