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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읍] 오만한 관속들에게 씌운 질갓(陶冠)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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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태안읍] 오만한 관속들에게 씌운 질갓(陶冠)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699
첨부 jpg 오만한 관속에게 씌운 질갓.jpg

[태안읍] 오만한 관속들에게 씌운 질갓(陶冠)

현재의 태안읍사무소 정문 입구 왼쪽에 많은 기념비가 세워져 있
는데,그 중에는 군수 송관화(郡守宋觀和) 의 선정비가 포함되어
있다.

송군수는 문벌이 높은 재상가의 아들로서 일찌기 15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태안군수로 부임하였다.

송군수는 부임 직전에 출발 인사를 하기 위해 외삼촌인 최판서댁
을 찾았다.

최판서는 어린 조카가 군수로 부임하는 것은 매우 대견스럽긴 하
나, 너무 어린 나이이므로 노파심에 목민관으로서의 몇가지 명심
할 사항을 익힌 후 떠나도록 하라고 타일렀다. 이에 송관화는 자
기가 데리고 간 하인을 불러 엽전 5푼을 주고는 장터에 가서 짚
신 한 켤레, 비 한 자루, 배(梨) 하나를 사오라고 지시했다.

최판서는 이 광경을 보고는 안심한 듯 속히 떠나라고 하였다.

그가 떠난 뒤에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짚신
과 비와 배를 사오게 한 이유와, 이를 보고 속히 떠나라고 한 뜻
이 무엇이냐고 최판서에게 물었다. 최판서는 "그놈, 나이는 비
록 어리지만 목민관 노릇을 제법 잘 할 텐데, 내가 괜히 실수를
하였구료!"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 이유를 또 물었고 그 물음에
최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짚신은 자신의 앞길이나 잘 밟
아 나갈 것이지 남의 길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고, 비는 자신
의 앞길이나 깨끗이 쓸라는 뜻이며, 또한 배는 남의 상에 배 놓
아라 감 놓아라 간섭하지 말라는 비유인 것이니, 결국 나는 조카
한테 창피를 당한 것이오" 그후 태안군수에 취임한 송관화는 공
무보다도 매일 사냥을 하거나 제기 차기로 귀중한 시간을 보내
고 있었고, 이를 보는 관속(官屬)들은 오만하게도 철모르는 어
린 군수로 알고 깔보면서 모든 일을 저희들 마음대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런 실태를 지켜보고 있던 송군수는 어느날 안면도 백
사장으로 고기잡이 시찰을 가는 길에 관속들을 데리고 사락정(思
樂亭=지금의 터미널 근처)앞에 이르러 이방을 불러 놓고 "저 밭
에 가서 수수대 하나를 꺾어 오라." 이방은 속으로 아기 군수가
또 무슨 장난을 하려고 그러는가 하고, 밭에 가서 수수대를 하
나 꺾어다 주자 송군수는 이방에게 "이 수수대가 꺾어지지 않도
록 소매 속에 넣어보라." 고 지시하였다. 이에 이방은 매우 오만
한 태도로 긴 수수대를 꺾지 않고 어떻게 소매 속에 넣을 수 있
느냐고 반문하자, 송군수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숙한 태도
로 불 호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듣거라, 육방 관속들아!」
「이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성장한 수수대도 꺾지 않고는 소매
속에 넣을 수 없거늘, 하물며 15년의 긴 세월 동안 서울의 재상
가에서 성장한 태안의 군수송관화를 너희들 소매 속에 넣고, 또
한 백성 다루기를 함부로 하는가? 명을 내리니 3일 이내에 질그
릇으로 만든 갓 10개와 굽의 높이가 한자를 넘는 나막신 10켤레
를 만들어 오라.」 이에 지금까지 철모르는 아기 군수로만 여겨
오던 이속들은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비범한 인물임을 깨닫고 크
게 놀라, 지금까지 자신들의 무례하였던 행동을 반성하기에 이르
렀다. 며칠 뒤에 질갓과 굽 높은 나막신이 준비하여 들어오자,
동헌뜰에 늘어놓고 육방 관속들을 집합시킨 뒤에 송군수는 「듣
거라! 너희들이 지금까지 관청 출입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너희
들의 키가 작고 갓이 가벼워서 구부릴 줄을 모르니 이제부터 이
나막신과 이 갓을 쓰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질 것이니라.」하며
명령대로 시행하라고 하였다. 이에 나이는 비록 어리나 비범한
인물임을 깨달은 이속들은 크게 놀라면서 지난날의 자신들의 잘
못을 깨닫고, 동헌 뜰에 엎드려 밤새도록 사죄하였다 한다. 옛날
의 이속들은 언제나 군수 앞에서 상반신을 구부려야 했는데 어
린 군수라 깔보고 이를 실천하지 않았던 것이다. 송군수는 재임
기간 동안 선정을 베풀었으므로 뒤에 군민들이 그 업적을 기리
어 태안읍 동문리에 송덕비를 세웠고 최근에 이를 현재의 태안읍
사무소 앞으로 옮겨 세웠다. 극히 최근까지도 태안지방에서는 윗
사람에게 머리 숙일 줄 모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질갓 씌워
야 되겠다.」는 말이 유행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