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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읍] 약속을 저버린 배은망덕의 결과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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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태안읍] 약속을 저버린 배은망덕의 결과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886
첨부 jpg 태안읍(배은망덕).jpg

 

오랜 옛날 태안읍 내에 한 젊은이가 살았는데 몹시도 가난했다.
원래가 가난한 집안이라서 물려받은 재산이라고는 옴팡집 하나뿐
이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아무리 뼈가 빠지도록 일을 해도 가
난은 물러가지 않았다. 조금 재산이 모아지는가 하면 집안에 우
환이 든다든가, 다른 일이 생겨서 지출할 일들만 생기니, 한 푼
벌면 두 푼을 쓰는 격이었다.

이렇게 되자 젊은이는 실의에 빠져 점점 게을러졌고, 매사에 의
욕이 없어서 빈둥빈둥 놀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젊은
이가 문 밖에서 우두커니 앉아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데 웬 중
이 한 사람 찾아왔다. 그 중은 나이가 많고 옷차림이 너무 초라
하여 마치 거지같았는데 손에는 긴 지팡이를 짚고 있었고 수염
은 석자는 될 성싶게 기르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어딘가 몸차림이 단정하지
못하고 추한 모습이었다. 중이 젊은이 앞으로 다가서더니 부처님
께 시주를 하라고 말했다. “부처님께 시주하시고 복받으시
오.” 이 소리에 젊은이는 발끈 성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주할 만한 집에 가서 시주를 하라고 해야지,
다 쓰러져 가는 옴막집에 와서 시주를 하라고 하니 염치없는 중
이 괘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이는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시주할 것이 아무 것도 없
소.” “보리쌀 한 줌이라도 좋습니다.” “보리쌀 한 줌이 어
디 있소.

난 아침 끼니도 거르고 있소.” “그래요, 그것 참 안됐군요.

그런데 젊은이는 왜 그렇게 가난하 게 사시오.

열심히 일하면 가난을 면할 수가 있지 않소.” “아무리 일을
해 봐도 소용이 없소.” 젊은이는 지금의 자기 처지를 중에게 들
려주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재산은 불어나지 않고 오히려 더 가난
하기만 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자기는 아무일도 하기 싫
고 동냥 이나 해야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나도 스님처럼 중
이나 되어 여기저기 얻어먹으로 다니기나 해야겠소.” “중은 아
무나 되나요? 그러나 저러나 내가 보니 당신이 가난한 이유는 당
신 선친의 묘가 잘못 들어선 것 같소.

그러니 부친의  묘를 이장하는 것이 어떻소.

내가 묘자리를 잡아주면 젊은이는 부자가 되고 또 벼슬도 얻을
것이요.” “그렇습니까? 그럼 스님 께서 좋은 자리 좀 잡아주십
시오.” 젊은이는 아까와는 달리 중에게 매달리다시피 간청했다.

부자가 되고 벼슬도 얻는다는 말에 젊은이는 갑자기 긴 장마끝
에 햇볕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귀가 번쩍 틔였다. “그야 어렵
지 않지만, 조건이 있소.” “조건이라면?” “어려운 일이 아니
오.

내가 당신의 선친 묘자리를 잡아준대로 묘를 쓰면 부자가 되고
벼슬도 하게 될 것이오.

그 때 내게 3백냥만 주면 되오.” “여부가 있습니까, 3백냥 보
다 더한 것이라도 드려야지요.” “그럼, 계약을 합시다.” 그러
면서 중은 소매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고 붓을 꺼내더니 계약서
를 작성했다.

내용이야 나중에 젊은이가 잘 되면 스님에게 3백냥을 준다는 것
이었다.

그리고는 젊은이의 집 뒷산에 묘자리를 잡아주고 홀연히 사라졌
다. 그 뒤로부터 수년 후, 이 젊은이는 점점 가산이 넉넉해져 글
공부를 하게 되었고, 과거에도 급제하여 한 고을의 원님이 되었
다.

늙은 중의 예언이 적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젊은이는 마음이
점점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돈 백냥이 생기면 천냥만치 교만이 생기고, 원님이 되더니 정승
이나 된 것만큼 교만하여지고, 남을 우습게 여기는가 하면 가난
하고 지체 낮은 사람들을 학대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개구리 올
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한
편, 묘자리를 잡아준 스님은 젊은이가 벼슬을 얻고 부자가 됐다
는 소리를 듣고 돈 3백냥을 받으러 길을 나섰다. 여러 날을 걸
어 젊은이가 원님으로 있는 관청 앞에 오니 관청문 앞에는 문지
기가 버티고 서서 얼씬도 못하게 하였다. “어디서 온 중인데 지
체 높으신 양반을 만나겠다는 거요, 썩 물러가시요.” 그러나 쉽
게 물러설 중이 아니었다.

해가 지도록 문지기와 실랑이를 했다.

스님의 끈질긴 간청에 문지기도 하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어디서 온 중이라고 할까요?” “예, 오래 전 원님의 부친 묘
자리를 잡아준 중이라 이르시오.” “잠시 기다려 보시오.” 문
지기가 안으로 들어간지 잠시 후, 문지기는 화가 잔뜩 난 얼굴
을 하고 나왔다. “여보시오, 괜히 나만 야단 맞게 할게 뭐요.

원님이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른다고 하는데,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요.

빨리 가보시오.” 스님은 이 뜻하지 않는 문전박대에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분을 참으며 다시 문지기 에게 말했다. “그
럼 이것을 가지고 가면 나를 알아 볼 것이요.

이것을 원님 께 드리시요.” 중은 소매주머니 속에서 몇 년 전
젊은이와 계약했던 문서를 주면서 다시 간청했다. “이게 뭐
요?” “원님만 아는 것입니다.

부탁합니다.” 문지기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안으로 들아갔
고 이윽고 다시 나왔다.

그런데 그 표정을 보니 처음 들어갔다 나올 때보다도 더 화난 얼
굴이었다. “여보시오, 누구 볼기 맞는 꼴을 보려구 그러시오.

그 문서를 보자마자 원님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더니, 그
문서를 찢어 버리시고, 당장 당신을 쫓아 보내라고 야단이십디
다.” 이쯤 되자 스님은 원님의 못된 마음을 짐작하고 소매주머
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몇 글자를 적어 문지기에게 다시 주며
말했다 “여보시오, 나 때문에 야단맞아 미안하오만, 한 번만
더 수고 좀 해 주시오.

이 종이 쪽지를 원님께 갖다 주시면 이번에는 나를 모른다고 하
지 않을 것이요.” “싫소이다.

이제 다시는 당신의 심부름을 하지 않겠소.” 문지기는 한마디
로 거절하고는 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스님은 주머니에서 엽전 열냥을 꺼내 문지기의 손에 쥐어주며 다
시 간청했다. “이거 얼마되지 않지만 받아 넣고 한 번만 더 원
님을 만나주시오.” 돈을 보자 문지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나 지금이나 그놈의 돈 앞에는 사람들이 맥을 못추는 모양이
다.

문지기는 입이 크게 벌어지더니 “염려마시오, 내가 야단을 맞더
라도 원님께 이 쪽지를 갖다드리겠소.” 이렇게 말한 문지기는
그 쪽지를 원님께 갖다 드렸다.

쪽지를 본 원님은 조금 전과는 달리 얼굴색이 환해지면서 말씨
도 부드럽게 문지기에게 물었다. “그 스님이 지금어디 계시느
냐?” “아직 문 밖에 일을 겁니다.” “그럼 빨리 모셔오너
라.” 원님의 이 뜻하지 않는 돌변에 문지기가 엉거주춤하고 있
는데 원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빨리 스님을 모셔오라는데
뭘 그리 꾸물거리고 있느냐?” 도대체 그 쪽지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을까.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원님, 오늘 내가 원님을 찾아
온 것은 옛날 약속한 돈 3백냥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

원님이 더 잘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려고 왔습니다.

선친의 묘를 지금의 위치에서 열 걸음 더 올려쓰면 원님은 장차
이 나라의 정승이 될 것입니다.」 이런 복된 소리에 중을 그냥
보낼리 없는 원님이었다.

문지기에게 빨리 스님을 모셔오라고 호령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
었다. “어서 들어오시랍니다.” 스님은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머금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원님이 버선발로 쫓아 나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고
누구신가 했더니 스님께서 오셨군요.

내 그동안 깜박 잊고 무례하게 스님을 몰라 보았습니다.

자, 어서 오르시지요.” 스님은 못이기는 척 하며 방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 아까 쪽지의 내용대로 3일후면 천묘하기에 가장 좋은 날
이니 선친의 묘를 옮기라고 말했다. “여부가 있습니까.

스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동안 스님은 제 집에 묵으시면서 편히 쉬십시요.” 사흘 후,
원님은 부친의 묘를 이장하기 위하여 스님을 앞세우고 산으로 올
라갔다.

날씨가 화창한 봄날이었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스
님은 한걸음 한걸음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열 걸음을 세고는 발을 멈췄다. “여기올시다.” 스님이
잡아준대로 이장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먼저 묘를 파헤치는 순간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상한 새 한 마리가 푸르륵 하며 멀리 날아가는 것이었
다. “아니, 묘속에 무슨 새야!” “땅 속에서 새가 살다니 이
게 무슨 조화여!” 일꾼들이 넋을 잃고 서 있는데 스님의 너털웃
음이 터졌다. “하하하, 3백냥이 날아간다.

3백냥이 날아가.” 그제서야 원님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원님은 저만치 휘적휘적 내려가는 스님을 멍하니 쳐다 보고 있었
다.

배은망덕한 자기의 실수를 후회했지만 파랑새는 이미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로 원님은 어떤 잘못으로 인해 원님의 자리에서마
저 쫓겨났고, 가산도 기울어져 옛날 모습으로 되돌아 가게 되었
다.

바로 배은망덕의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