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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읍] 불에도 안탄 뱀 게시판 상세보기

[태안문화원] - 지명 및 전설 내용 상세보기 입니다.

제목 [안면읍] 불에도 안탄 뱀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1606
첨부 jpg 20181218 불에도 안 탄 뱀.jpg

 

[안면읍] 불에도 안탄 뱀

안면읍 황도리에서는 해마다 정초가 되면 당제를 지낸다.

이 당제는 풍어와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인데 우리 나라
해안지방에서 흔히 행해지는 민속제이다. 안면읍 황도리의 당제
뱀의 신을 모셨다는 사당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다른 지방에는
없는 뱀의 신을 모시고 제사한다는 것이 색다르다.
당주는 음력  12월 15일부터 당제 준비를 위한 대동회에서
선정한 사람이 되는데, 이 사람은 당제가 시작되는 다음 해
1월 2일까지 부정한 것을 보아서도 안되고 또 부정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

만일 부정한 것을 본다든가 하면 당주로서의 자격이 상실되며
이 사람이 당제를 지내면 화가 된다고 믿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제를 무사히 지내고 나서도 일년 내내 대문에 금줄을
띄우고 부정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부정한 사람이 당에 들어오면 신이 노하여 화를 입게
고 동네에 재난이 들며 매사에 화가 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금기가 많이 있지만 생략하고 황도리의 당제가 생기기
까지의 전설을 옮긴다. 오랜 옛날, 이 황도리 섬에 나주 정씨와
해주 오씨가 거주하게 되면서부터 사람의 집이 생겨났다.
두 씨족은 이곳에 정착하기로 하고 생계 수단으로 고기잡이를
하게 됐는데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배가 없었고 낚시나 그물도 없었다.

이같은 어구를 만들기 위해서 두 씨족은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조그마한 배와 낚시 도구를 구하여 첫 출어에 나섰다.
부푼 기대와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것이었다.
그러나 첫번 출어부터 이들에게는 시련이 따랐다.

만선의 꿈도 산산히 깨어졌다.

그것은 낚시를 하기도 전에 애써 만든 배만 잃고 슬픈 일만
당하고 만 것이었다. 처음 배가 나갈 때에는 날씨도 좋았고 바다도
잔잔했는데 막상 낚시대를 물에 던지려는 순간이면 풍랑이
심해져 배만 잃게 되는 것이었다. “다시 배를 만드세.” “조금 더
크게 만듭시다.” 하지만 배가 더 크고 튼튼했지만 여전히 조업을 할 수가 없었다.

바다에 배만 떴다하면 집채같은 파도가 덤벼드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황도의 주민들은 생계마져 이어가기 곤란하게 되었고
곳을 떠나려는 사람까지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다시 바다로 나갔다.

선원들은 오늘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막 낚싯대를 던지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배 앞을 빠르게 지나가며 꼬리를 흔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엄청나게 큰 이무기였다.

이무기는 큰 꼬리로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는데 그와 함께 먹구름
몰려오고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뱀이다.!” “뱀의
농간이다!” 어부들의 머리 속에 지금까지 조업을 방해한 것이
바다뱀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이 날도 그들은 빈 배를 이끌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돌아오고 말았다.
그 날 밤, 이 마을에서 제일 나이 많은 노인이 꿈속에서 역시 노인을 만났다.

흰 수염을 길게 느린 꿈속의 노인은 이 마을의 노인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바다에 사는 뱀들의 왕이라오.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왔소.” “뱀의 왕이라니요.

용왕이란 소리는 들었소만 뱀왕이란 처음 듣는 말이구려.

그런데 할 말이란 게 무엇이오?” “당신들, 사람이 아무리 고기
잡이를 하려 해도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모두 헛수고요.

내 그것을 알리러 왔소.”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풍랑이 일었는데 모두 당신들의 장난이었소?”
“그렇소.” “그렇담, 우리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
오?” “그것은 간단하오.

이 섬 꼭대기에 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시오! 그리하면 우리가 가
만히 있겠소.” “당제를 지내라는 말이군요?” “그렇소, 당을
짓고 이것을 걸어놓고 그 앞에서 제를 올리시오.” 자칭 뱀의 임
금이라는 노인은 소매주머니에서 백지를 꺼내 마을 노인에게 주었다.

마을 노인이 백지를 펼쳐보니 거기에는 큰 뱀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을 노인은 그 뱀의 그림을 품속에 간직했
다. “그럼, 난 이만 가겠소.” 뱀의 왕이 사라지고 난 뒤 마을
노인은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행여나 하여 품속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꿈에 뱀의 왕이 준 그림을 찾아냈다.

꿈에서 본 그대로의 그림이 자기의 품속에 있었다. “이상한 일
인지고!” “뱀의 왕이 다 있어!” 노인은 신기스럽고 괴이한 일
에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 듯 했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은 동
네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모이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꿈 이야기를 하고 꿈에 받은 뱀의 그림을 보이면서 당을
짓는 일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아무래도 예사 꿈이 아니니
뱀 왕의 말대로 당을 지어야 하겠소.”
동네 사람들은 누구하나 이의가 없었다.

이의를 제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고기잡이를 위해 우선 해야 할 일이라는데 모두가 자진하여 당
짓는 일에 헌신해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여러 날이 걸려 당이 완공되었다.

그리고 뱀의 그림을 걸어놓고 첫번 당제를 올렸다.

그 날은 온 동네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후로 어부들이 수난을 당하지 않았다.

바다에는 고기가 풍성했고 조업을 하는데 방해되는 일이 거의 없
었다.

풍랑도 사라지고 안개와 비도 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뱀의 왕이 보살펴 준 덕이라고 생각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다.

세상은 자꾸 변하고 있었다.

문명이 발달하고 고깃배도 크게 짓고 낚시 도구도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발전하였다. 사람들이 학문을 닦고, 과학문명이
발달하자 점점 사람들의 마음도 바뀌어 가고 있었다. 미신타파
를 외치고 그릇된 풍속을 고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세태는 황도 마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뭍에 나가 천자문을 배우고 학문을 읽히므로써 문명
이 무엇인가를 터득하게 되었다.

머리가 깬 이들에게는 도대체 뱀의 그림이니 당제니 뱀의 왕이
니 하는 것들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회의적이었다. 어느 날, 젊은이들 몇 이서 사랑방에 모여 잡담
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당제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어졌다.

이들은 옛 조상들의 어리석음을 비웃고, 당제에 대해서도 부정적
이었다 “그같은 허무맹랑한 말이 어디 있어?” “누가 아니래,
뱀의 왕이 어디에 있다는 거여.” “우리 그 뱀의 그림을 불살
라 버릴까?” “좋아.” 젊은이들은 밤을 이용하여 당을 찾아갔
다.

당 안은 컴컴하여 으시시하기까지 했다.

부싯돌을 켜 불을 밝힌 후 뱀의 그림을 찾아가지고 밖으로 나왔
다. 그들은 꼭 큰 죄를 짓는 것같은 마음이었다.

조금은 겁도 났다.

금방이라도 뱀의 왕이 나타나 어떻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이 머
리끝이 솟았다. “망서리지 말구 태우자.” 한 청년이 이렇게 말
하자 다른 청년들도 용기가 났다.

그리고는 다시 부싯돌을 켜 불을 붙였다.

뱀이 그려 있는 종이는 쉽게 타들어갔다.

창호지에 그린 것이었기 때문에 창호지는 불에 약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종이는 다 탔는데 뱀의 형상만은 타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태워보자.” 그들은 부싯돌로 다시 불을 붙여보았으나 역
시 뱀의 형상만은 타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예사 그림이 아니고, 옛날 꿈에도 정말 뱀
의 왕이 나타났던 것일까? 청년들은 이 수수께끼 같은 사실에 대
해 마음속에 의문을 가득 채운 채 사당을 내려왔다.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안 마을사람들은 그 그림에 영험이 있어 타
지 않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 그림의 재료, 즉 물감이 불에
타지 않는 것으로 그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어 시시비비가 있
었지만 그 이유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에도 황도리
에서는 매년 정월 초이튿날부터 2일간 당제인 「황도붕기 풍어
제」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