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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삽살이의 보은 게시판 상세보기

[태안문화원] - 지명 및 전설 내용 상세보기 입니다.

제목 [원북면] 삽살이의 보은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1189
첨부 jpg 삽살이의 보은.jpg

[원북면] 삽살이의 보은

부엉이가 알을 낳고 사는 곳은 주로 바위틈이나 깊은 굴이라 한
다. 부엉이는 이런 곳에 요람을 만들고 살아가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는 날짐승이다.

비라도 축축히 내리는 날 부엉이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어쩐지
을씨년스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가지는 감정일
것이다. 밤에만 활동하는 짐승이고 조금 무섭게 생긴 때문인지,
부엉이에 얽힌 이야기도 심심찮게 많다. 우리 고장에도 부엉이
에 얽힌 전설이 몇가지 전해오는데, 원북 방갈리 민어도라는 섬
에도 부엉이가 많이 살았던지 그 곳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있
다. 민어도 뒷쪽 해안은 거의가 절벽같은 바위가 많은데 그 바
위 틈에 부엉이가 집을 짓고 살았다 한다. 아주 오랜 옛날, 민어
도에는 인가가 한 채 밖에 없었는데, 이 집에는 홀어머니를 모
신 청년이 삽살이를 데리고 살았다 한다. 지금은 민어도에 민가
가 한 채도 없다.

한 때는 10여 호가 살았었는데, 6.25 때 피해도 있었고 하여 민
간인보호 차원에서 철수 시킨 때문이다. 이 설화는 효성이 지극
한 청년의 이야기로부터 생겨난 이야기이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청년은 바닷가에 나가 고기도 낚고 해산물을 채취하여 육지
로 나가 양식과 바꾸고, 생활필수품을 장만하며 어머니께 지극
한 효성을 다했는데, 어느 해 어머니가 발병하여 위독하게 되었
다. 가난한 청년은 어머니를 의원에게 보여야 하는데, 돈이 없으
니 의원을 모셔올 수가 없어 근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수가 없어 청년은 멀리 태안에 용한 의
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 사정을 하였다. 의원은 처음에
는 거절했으나 청년의 청이 하도 간절하고 또 그 효성에 감동이
되어 청년을 따라 나섰다. 그러나 의원은 환자를 진맥하고는 난
감한 표정을 지었다.

고개를 갸웃둥하며 입맛을 쩍쩍 다시는 품이 불치의 병임을 나타
내 주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청년은 불길한 마음을 억누
르며 의원에게 물었다. “늦었어, 어머니 병환은 치료 시기를 놓
친거야.

내 힘으로는 자당의 병을 고칠 수가 없다네.” “하지만 죽을 병
에도 살아날 약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한가지 귀중한 약
이 있기는 있지.

그런데 그 약은 구하기가 힘들고, 약값이 너무 비싸서 우리같은
사람은 쳐다 볼 수도 없다네.” 그러면서 의원은 그 약값이 쌀
100석 값과 맞먹는 거금이며, 그것도 구하기 힘들어 자기가 아
는 서울의 어느 약국에 부탁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 돈이 있어
약을 사러 간다해도 열흘은 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병은 열흘을 넘기기가 힘들 것이라는 말을 남
기고 의원은 가고 말았다. 청년은 난감했다.

그리고 슬펐다.

돈이 없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아팠다.

쌀 100석 값만 있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을텐데, 청년에
게는 당장 쌀 한말 값도 없었다. 청년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
고 아침 동이 틀무렵 밖으로 나왔다.

바닷가에 일찍 나가 고기잡이를 하려는 것이었다. 청년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기르고 있던 삽살이가 반갑게 맞으며 낑낑대
고 있었다.

그러면서 삽살이는 청년의 바지를 물고 자꾸 끄는 것이었다. 이
삽살이는 몇년전 청년이 갈머리 동네에 나갔다가 길거리에 병들
어 쓰러져 있는 것을 집으로 안고 와서 정성을 들여 간호해 준
그 강아지였는데, 다행히 건강을 되찾아 지금은 큰 개가 되었
고, 청년은 이 삽살이를 한식구처럼 기르고 있는 터였다. 강아지
의 이상한 짓에 청년은 왜 그러는가 하고 강아지가 끄는대로 따
라갔는데, 강아지는 뒷산 너머 절벽으로 주인을 인도하는 것이었
다. “무슨 일로 나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느냐?” 그러자 삽살이
는 어느 바위틈 앞에서 멈춰서더니 바위틈을 향하여 컹컹하고 짓
는 것이었다.

그러자 안에서 큰 부엉이 한쌍이 나오더니 저쪽 바위로 날아가
앉아 큰 눈으로 청년을 응시하고 있었다. 삽살이는 부엉이가 나
온 바위틈으로 들어가더니 주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는 것
이었다. 청년은 점점 알지 못할 궁금증이 일어났으나, 삽살이를
평소 아끼고 믿었기에 삽살이가 하는 대로 따라 들어갔다. 바위
틈의 처음 입구는 아주 좁아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밖에 없
었으나 안으로 들어갈 수록 점점 넓어져 큰 방만한 넓이로 변했
다. “이런 곳도 있었구나.

그런데, 삽살이가 왜 나를 이곳으로 데리  고 왔을까?” 청년
이 의아해하고 있는데 삽살이가 다시 컹컹 짖으며 발로 한쪽 구
석을 가리켰다.

청년이 쳐다보니 아! 그곳에는 찬란한 빛이 어둠 속에서 은은히
비치고 있었고, 삽살이는 그 앞으로 달려가 청년에게 오라고 꼬
리를 흔들며 법석을 떨었다. 청년이 그 빛나는 곳으로 가보니 거
기에는 금은 보화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찬란한
빛은 이 보석에서 새어나오는 것이었다. 청년은 이 기막힌 사실
앞에 그저 어안이 벙벙하여 꼼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은 이 보석만 있으면 어머니 병환
을 고칠 수 있다는 희망과 고마운 생각 뿐이었다. “삽살아, 네
가 나를 도와주었구나.

내가 지금 돈이 얼마나 필요  한가를 네가 알았구나.” 청년은
삽살이를 끌어안고 한동안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그 보화를 옷
을 벗어 담아가지고 굴 속에서 나왔다.

그러자 지금까지 바위에 앉아 있던 부엉이 한쌍이 다시 날아오더
니 굴 속으로 들어갔고, 삽살이는 굴 속을 항하여 컹컹 짖으며
고맙다는 듯이 머리를 조아리고는 주인에게 가기를 재촉했다.
이 보물을 얻은 청년은 그 길로 태안 의원을 찾아간 것은 물론이
고, 의원은 말 한필을 얻어 타고 서울로 달려가 그 귀한 약을 구
해 가지고 와서 죽음 직전의 환자를 소생시켰다 한다. 후세 사람
들은 삽살이가 은혜를 갚았다고 했다.

자기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죽게 된 것을 청년이 구하여 준 이후
지금까지 한 식구처럼 살아오면서 청년의 모든 사정을 알게 되었
고, 어머니의 약값이 없는 것을 알자 부엉이와 의논하여 부엉이
로 하여금 서울의 부자집에서 금은 보화를 물어다가 놓게 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사실 그랬다.

이는 사람들의 말대로 삽살이와 부엉이의 합작에 의하여 이루어
진 눈물겨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
는 인간과 동물의 순수한 사랑과 인간의 근본 도리인 효도의 가
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불효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개만도 못하다고 하며, 배은망덕하는
사람을 가리켜 짐승만도 못하다고 한 말도 이래서 생겨난 말이
아닐까. 그 후로 사람들은 부엉이 굴을 찾으려고 해안의 절벽을
모두 뒤졌다는 얘기다.

부엉이 굴하나만 발견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으
로 부엉이 굴을 찾았지만, 한 사람도 금은보화가 가득한 부엉이
굴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
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부엉이굴을 찾기에 혈안이 되었으
며, 굴 속에 손을 넣었다가 뱀에 물리기도 하고, 부엉이의 날카
로운 발톱에 손등을 찢기는 일도 있었다 한다. 뒷 이야기로 전해
져오는 말은 그 청년은 어머니를 모시고 뭍으로 나와 남은 돈으
로 농토를 준비하여 호의호식하며 살았고, 예쁜색시까지 얻어 자
식을 낳고 다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살삽이도 늙어 죽었는데
주인은 삽살이를 옛날 부엉이 굴 옆에 묻어주고 삽살이를 기리
는 비석까지 세워주었다 한다.

모두 전설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의 민어도는 섬이 아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건립으로 육지로 이어지는 큰 길이 생겼고, 아름
다운 경관마져도 간데가 없다.

부엉이의 서식지도, 갈매기의 삶의 터전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 곳 민어도 인근에는 지금 이원지구 간척사업이 막바지로 전개
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많은 농경지가 새로 생겨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