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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3 게시판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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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북면] 황금비늘을 가진 여우 3
작성자 태안문화원 등록일 2016-06-15 조회 421
첨부  
 

그러나 그 때, 병졸을 향해 날아든 비수가 있었다. “내 칼을 받

 

아라!” 날카로운 여자의 고함소리와 함께 날아든 비수는 병졸
의 가슴을 파고 들었고 살기 등등하던 그는 쿵 하고 쓰러지고 말
았다.

그리고는 하얀 여우로 변하는 것이었다. 비수를 날린 사람은 곱
단이었다.

안에 있던 곱단이 문밖이 소란하여 나와 보니 용범이 여우와 싸
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범이 점점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곱단은 정
신없이 방으로 들어가 방에 있던 비수 한 자루를 들고 나와 여우
를 향하여 힘껏 던졌던 것이다. 평소 칼이라고는 부엌일할 때 만
져본 것이 고작이었지만 곱단은 온 힘을 다하여 칼을 던졌던 것
이다.

그것은 곱단의 힘이라기 보다도 사랑의 힘이었다. “용범씨!”
“곱단이!” 얼싸안은 그들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꿈꾸듯 상상도 못할 커다란 사건이었다. 한참
후, 곱단이 말했다.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없어요.

조금 있으면 다른 여우가 이 집을 감시하기 위하여 순찰을 돌 것
입니다.

그놈에게 들키면 큰일납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그들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호화로웠다.

벽은 금으로 장식돼 있었고, 바닥은 붉은 양탄자를 깔았으며, 침
구 역시 용범에게는 처음보는 보료였다. 용범이 먼저 입을 열었
다. “이 방은 누구의 방이요?” “내가 이곳에 온 후 혼자 사용
하던 방이예요.” 그러나 용범이 가장 궁금한 것은 곱단이 그 동
안 어떻게 이곳까지 왔으며 어떻게 지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 가장 알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소?” “알
고 있어요.

나에 대한 그동안의 행적?” “들려주시오.” 곱단은 지금까지
지내온 이야기를 소상히 들려 주었다. 곱단이 잡혀오던 그날따
라 곱단은 밤이 깊도록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혼을 앞두고 흔히 겪는 쳐녀들의 심란한 마음 그것이었다. 밤
이 이슥하도록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며 공상에 젖어 있던 곱단
은 이상한 인기척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기척은 바로 눈앞의 방문 앞이었고, 언뜻 그림자가 문을 스치
고 지나갔다.

불길한 생각에 곱단은 머리카락이 솟는 것 같았다. “누구요?”
그러나 대답 대신 문을 열고 들어선 시커먼 물체는 곱단을 번쩍
안아 큰 자루라 생각되는 곳에 담아 휭하니 대문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 자루 속에 있던 곱단은 기절하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알 수 없는 어떤 집에 와 있었고, 그의 앞에
는 건장한 군복차림의 장군이 버티고 서 있었으며, 그를 옹위하
는 수 십명의 병졸들이 늘어서 있었다. “하하하, 정신이 드는
모양이구나.

아무 걱정말고, 이 방에서 쉬고 있거라.

네게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이말을 남기고 그는 병졸들을 이
끌고 밖으로 나갔다.

곱단은 정신을 차려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병졸이 날라온 이상한
죽을 몇 모금 마셨다. 그런데 하루쯤 지난 뒤였을까? 이곳에는
해가 뜨고 지는 법이 없어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었지만 짐작하
여 하루쯤 지났을 때, 장군이 곱단의 방으로 들어서며 이렇게 말
하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잡아 온 처녀들 보다 네가 제
일 예쁘구나

내 마음에 쏙 들었으니 나와 결혼을 해야 한다.” 이 소리에 곱
단은 눈 앞이 캄캄해졌다.

무슨 말로든지 변명을 해야겠다 싶어 자기는 이미 정혼한 남자
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험상궂은 장군은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우겼다. “정
혼한 남자가 있다구? 그야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너는 다시 인간세상에 나갈 수 없는 몸이야.

정혼한 남자두 이제는   영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하느니
라.”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제발 저를 양산마을에 데려
다 주세요.” “이런 법이 어디 있냐구? 바로 여기 있지.

그러니 너는 모든 것을 단념하구 내 색시가 되는거야.” 이런 말
을 남기고 장군은 밖으로 나갔다.

곱단은 이제 영 글렀구나 싶어 자살을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기는 이 소굴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었던 것이다.

곱단이 방 구석구석을 살펴보니 여러 개의 단검들이 걸려 있었
다.

그 칼이 눈에 띄자 곱단은 자살의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
나 막상 칼을 들어 자결하려 하니 양산마을이 눈앞에 어리며 눈
물이 앞을 가렸다.

혼자 계신 어머니, 그리고 용범이, 그들을 다시 보지 못하고 죽
는다는 것은 참으로 억울했다. “행여 하늘이 도울지도 모른다.

막다른 골목에 처해 있을 때까지 기회를 엿보자.” 곱단은 요행
을 바라며 죽음을 잠시 뒤로 미루었다.

얼마후 장군이 다시 들어와 자못 위엄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마음의 준비가 됐느냐?” “장군, 며칠만 참아 주십시오.

앞으로 열흘 있으면 저의 아버님 제사입니다.

혼자라도 아버님 제사를 모신 다음에 생각해 보  겠습니다.”
“열흘이라? 좋아, 내 그 때까지 참지.” “그런데 이곳은 해가
뜨고 지는 법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열흘을 헤일 수 있겠습니
까?” “옳아, 그렇지.

이 마을에는 햇빛처럼 빛나는 광석이 산 허리에 박혀 있거든.

그래서 밤낮 환하게 밝은데, 밤이 되면 내 그 광 석을 가리어 줄
테니, 너는 오늘부터 열흘이 되거든 내게 말해라.

그래야 제사상을 차리지 않겠느냐.” 이렇게 하여 곱단은 열흘이
라는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었고, 만일 그 때까지도 탈출할 기회
가 없으면 죽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 열흘이 바로 내일이
며, 이제 죽음만이 남아 있는데, 용범이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장군이란 자는 누구요?” “천년 묵은 여우랍니
다.” “여우?” “자기 입으로 자기의 정체를 밝혔는데, 도술
이 어찌나 신통한지 아무도 당할 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
렇다면, 그 놈을 어떻게 처치하지?” “방법이 있습니다.” “어
떤?” “오늘 밤, 여우는 아버님 제사일로 내 방에 들어올 것입
니다.

  내가 술을 많이 먹여 잠을 재울터이니 그 때 용범씨가 그놈
의 목을 베십시요.” “그거 좋은 방법이구먼!” “그러나, 그
일에도 어려움은 있습니다.” “어째서?” “여우는 잠을 잘
때, 갑옷과 투구를 모두 입고 잠을 잔답니다.

그 갑옷은 어느 칼에도 뚫리지 않는 답니다.” “그럼, 목을 베
면 되지 않소?” “바로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여우의 목은 황금 비늘로 싸여 있는데, 그 비늘을 베는 칼도 없
다고 합니다.

다만, 여우가 잠을 자며 숨을 들이쉴 때는 비늘이 일어서고, 숨
을 내쉴 때는 비늘이 목을 감싼다고 합니다.

바로 비늘이 일어설 때 용범씨가 칼을 들어 목을 베십시요.

그러나 만에하나 실수하는 날에는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용범은 다락에 숨어 여
우를 기다리게 되었다. 얼마 후, 밖에서 큰 발소리가 들리더니
여우의 그 거구가 곱단의 방으로 들어 섰다.

곱단은 여우를 맞아 갖은 애교를 부려 여우의 마음을 산 다음 여
우에게 술을 권했다. “네가 마음을 고쳐 먹은 모양이구나.

그런데 어디서 사람 냄새가 나지?” “사람 냄새는 내게서 나는
것이지요.

이방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답니다.” 술에 취한 여우가 잠이들
자, 곱단은 용범을 다락에서 나오게 했다. “실수하면 큰일 입니
다.

비늘이 일어설 때 칼을 써야 합니다.

알았지요?” 그러면서 곱단은 부엌에 나가 아궁이에서 재를 한
소쿠리 담아왔다. “재는 왜?” “쓸데가 있습니다.” 용범은 칼
을 잡고 기회를 엿보았다.

그 때 여우가 숨을 들이쉬자 비늘이 위로 올라갔다.

이 때다! 용범의 기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에잇!” 그와 동
시에 용범의 칼은 여우의 목에 날아들었고, 여우의 목은 뎅그렁
잘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잘린 목은 천정으로 튀어 오르고, 몸은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치고 있었다. “네 이놈, 감히 내 목을 자
르다니.

그냥 놔두지 않을테다.” 그러면서 천정에 있던 목이 날아와서
붙으려 했다.

그 때, 곱단이 부엌에서 가져온 재를 잘린 목에 뿌렸다.

그 순간 붙으려던 목은 몸에 붙지 못하고 나뒹굴고 말았다. “됐
다!” 목과 몸이 붙지 못하고 죽어간 여우는 그 모습을 드러냈
다.

용범과 곱단이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빨리 빠져 나갑시다.” 그들은 손을 잡고 허겁지겁 여우의 집
을 나섰다.

그리고는 부지런히 걸었다.

얼마쯤 왔을까, 곱단이 발길을 멈추고 용범이에게 말했다.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는데 우리가 너무 서둘렀어요.” “남은 일이
라니요?” “가 보시면 압니다.” 용범과 곱단은 오던 길을 되돌
아 갔다.

두 사람이 찾아간 곳은 광석이 빛을 낸다는 산 중턱이었다.

곱단은 산 중턱의 큰 바위 앞에 멈춰 섰다. “여기는 왜 왔지
요?” “이 바위를 굴려 내면 동굴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여우가 잡  아온 많은 처녀들이 있는데 그들을 구해
야 합니다.” 처녀들이?” 용범은 바위 앞에 섰다.

그리고 돌을 굴려 동굴 입구를 열려다가 돌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았다. 여우는 여러 마을에서 데려온 처녀들을 모아놓고 그 중
에서 자기의 색시감을 골랐으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자 모두
이 동굴에 감금해 놓고 하루 한 번씩 주먹밥을 주면서 큰 돌로
입구를 막아 아무도 탈출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용범은 바위
를 굴려내려고 떠밀어 보았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바위 밑 한 쪽을 파 봅시다.

그러면 바위가 기울어질 것입니다.

  그 때 밀면 넘어지지 않을 까요?” 용범은 칼 끝으로 바위 밑
을 팠다.

그렇게 하기를 몇 시간, 기어이 바위는 한 쪽으로 쓰러졌고 굴
입구로 사람이 들어갈 수가 있게 되었다. 캄캄한 굴 속에서는 쳐
녀들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자, 여러분, 빨리 나오십시
요.” 그러나 굶주린 처녀들은 밖으로 나오자 비실비실 하며 힘
이 없었다.

곱단은 집으로 달려가 먹다 남은 음식을 가져와 그들에게 먹였
다. 처녀들 중에는 얼굴과 머리가 하얗게 되어버린 사람도 있어
서 꼭 할머니처럼 늙어보이기도 했다. 기운을 차린 처녀들은 열
심히 산을 빠져 나오고 있었다.

모두 자기들의 고향을 향하여 부지런히 걸었다. 그 뒤 용범과 곱
단은 행복한 삶을 살았고, 양산마을에도 평화가 다시 찾아왔다
고 한다.